두려움마저 일어난다. 요즘 도로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끼어들기 보복 운전을 보며 솟구치는 감정이다. 고속도로에서 급정거로 추돌 사고를 유발하여 사상자를 내는가 하면, 17톤 대형 트럭으로 승용차를 가로막아 작정하고 사망 사고를 촉발하더니, 급기야 사람을 보닛에 매단 채 질주하는 운전자까지 나타났다.
최소한의 도리와 상식마저 내팽개쳤다. 지난해 서울에서 담배를 피우는 10대 학생들에게 충고하다가 50대 가장이 맞아 죽은데 이어, 얼마 전에는 전주에서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60대 후반 노인을 마치 축구공처럼 두들겨 팬 10대 청소년이 등장했다.
막말의 진화는 촌철살인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여성을 향한, 특히 국가 원수를 겨냥한 상말이 가히 점입가경의 수준이다. 지난 대선 때 여성 후보에게 “그년”을 “그녀는”의 줄임말이라며 어느 국회의원이 국어 실력을 뽐내더니, 지난달에는 어느 단체의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마약을 했는지, 보톡스를 했는지”청와대를 뒤져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말을 했다.
말세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세는 불교의 삼시(三時)와 기독교의 재림에서 나온 말로 ― 공자와 도척이 살던 이천오백여 년 전에도 말세라는 말을 했다는데 ― 수치(羞恥)와 절제를 상실한 현세가 진정 말세라는 암울한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논어의 안연편(顔淵篇)에 극기복례(克己禮)라는 말이 나온다. 욕망이나 사(詐)된 마음을 자신의 의지력으로 억제하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한 방울의 물로 사막을 모두 적실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물이 없으면 사막을 다 적실 수 없다. 이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극기를 다하여 평천하(平天下)를 만들어 가야할 때다.
/眞易 전병덕(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