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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수박

곽규진(목사)
등록일 2015-07-10 02:01 게재일 2015-0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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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농업기술원이 소비자 기호에 맞는 2kg 이하 미니수박의 재배를 시험 연구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애플수박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부터 문경, 음성, 논산 등 일부지역 농가에서 도입하여 재배하고 있으나 마땅한 지침서가 없어 일반수박을 기준으로 재배하면서 여러가지 애로사항을 겪어왔기 때문.

미니수박은 모양도 예쁘고, 크기도 앙증맞을 뿐 아니라 쓰레기 발생량이 적어 대다수의 소비자가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트에서 종종 속이 훤히 보이는 수박 반 통을 본 적 있지만, 미니수박을 이제 마트에서 구입할 날이 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출아하면 1~2인 가족에게는 기존의 대형수박에 비해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과거에 큰 수박 한 통을 가운데 두고 대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한 조각씩 나누어 먹던 풍경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점점 사라질 것이다.

미니수박의 등장은 과학기술이 만든 농업분야의 발전이지만 사회상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마트에는 오래전부터 개인이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등장하였고 미니수박도 그와 유사하게 한 두사람이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제품인 셈이다.

원래 가족이라 하면 부모와 형제들이 최소한 5인은 기본수였는데, 최근에는 3인 가족, 2인 가족, 심지어 혼자 사는 가정도 많다. 그래서 자녀가 셋인 5인 가정은 다복가정이라 하여 복지 혜택도 주고 있다. 농업인구도 점점 줄어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로 핵가족시대를 지나 국가의 장래가 인구감소문제로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에 처한 농업과 현재의 가정형태가 미니수박의 등장으로 귀결되었다.

영어의 가족이라는 단어 `family`는 그 첫 스펠을 따라 아버지(father), 그리고(and) 어머니(mother) 나(I) 이 세 사람이 사랑하는(love you) 형태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너무 인위적인 해석일 수 있으나 서구의 개인주의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우리의 옛말 `식구(食口)`라는 말은 함께 밥을 먹는 사이라는 뜻으로 전통적인 가족형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미니수박을 사 먹는 시대, 대가족이 큰수박을 함께 나누어 먹던 시절이 그립다.

/곽규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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