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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이상형(철학박사)
등록일 2015-07-07 02:01 게재일 2015-07-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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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 일이 있어 차를 몰고 다녀왔다. 예전엔 몇 시간, 며칠이나 걸리던 길이 이제 1~2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 새로 닦은 남해고속도로는 훨씬 시간을 단축하게 만들었다. 아니 뿐만 아니라 더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만든다.

편안함과 편리를 추구하는 길이 과학기술의 목적이 아닐까? 끝이 없이 진행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예전에 그렇게 찾아다녔던 공중전화가 이제는 내 호주머니 안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전보다 빨리 갈수 있고 편하게 전화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삶은 점점 더 바빠지는 것일까? 시간은 점점 더 없어지고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더 불편해질까?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모모가 찾아주듯이 우리 또한 시간을 누군가에 의해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 더 편리해졌지만 우리는 더 바빠지고 마음은 더 불편해졌을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 우리 삶과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반면에 과학기술은 결국 우리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과학기술이 유토피아를 만든다는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 과학기술이 디스토피아를 만들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이 있는 것이다. 아니면 과학기술은 중립적이며 이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라는 입장도 있다. 원자력처럼 좋게 쓰면 전기를 만들 수 있고 나쁘게 사용하면 폭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과학기술은 나와 상관없이 계속 발전하게 될 것이다. 내가 긍정적 입장이든 부정적 입장이든 이제 과학기술의 발전은 고삐 풀린 망아지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슬로시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왜 사는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슬로시티란 느린 삶,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를 회복하자는 운동이다. 영상보다는 사진이, 사진보다는 그림을 그릴 때 우리는 그 대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법이다.

/이상형(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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