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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가 강물처럼

곽규진(목사)
등록일 2015-07-03 02:01 게재일 2015-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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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년 만세운동 직후 조선총독부는 1919년 3월 22일 선교사 9명을 초청하여 만세운동 재발 방지를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조선의 봉기를 선교사들이 막아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셈이다. 이에 대하여 선교사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선교사들의 주장은 `조선인은 의(義)를 중요시하며 실천되지 않는 의는 곧 불의를 보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막으려는 것보다 대의명분이 서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100년 전의 조선인상은 배고파도 의롭게 사는 것이었다.

해방 70년을 맞은 오늘날 우리 한국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배가 고파도 의롭게 살던 선배들에 비해 배가 불러 의를 외면하고 있다. 스포츠의 상업화, 컴퓨터 게임의 대중화 및 각종 영상문화의 보급으로 점차 구경꾼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 결과 나 혼자의 만족에 취한 `구경 중독`에 걸렸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사회자본`이라고 할 때 사회자본의 발전이 민주주의의 밑거름인데 그 쇠퇴는 우리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하고 있다.

충청도 어느 지역을 여행하다가 어느 군 문화예술회관을 방문했다. 마침 건물 리모델링으로 분주했다. 그 지역을 소개하는 돌 비석이 그 본래 자리에서 뽑혀 건물 가장자리에 방치되고 있었다. 아마 새롭게 자리를 잡고 새 단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고장은 의(義)를 숭상하는 지역이라는 비문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과거의 의로운 조상들을 기리고, 독립운동가의 버려진 묘역을 정비하는 것 등은 후손들의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들은 독립운동을 위해 생명과 재산을 바친 선조들의 의로운 정신을 실질적으로 계승하는 일이다. 그들의 치열했던 독립운동 역사를 오늘의 통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분단 70년을 극복하고 민족통일의 새날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로 역사적 대의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 돌비석이 곧 제자리를 다시 잡을 것처럼 우리 사회에 개인적인 이기심을 넘어 공동체적 의를 실천하는 아름다운 바람이 불기를 희망해 본다.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통합사회, 통일조국이 그립다.

/곽규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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