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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선택의 딜레마

등록일 2015-07-02 02:01 게재일 2015-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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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최근 중국대학가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중국 양대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각 지역별 1등 고교 졸업생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면서 일어난 불상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베이징대가 충칭시 문과 장원을 모셔가기 위해 전용차를 파견했고, 허난성 이과 장원이 새벽 4시에 칭화대 직원과 함께 베이징으로 끌려갔다는 등의 소식이 보도됐다. 심지어 한 학생을 눈 앞에 두고 베이징대와 칭화대 입학처 직원이 서로 데려가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등의 낯뜨거운 장면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각 대학 입학처가 인터넷에 신입생 유치를 둘러싸고 볼썽 사나운 설전을 벌였고, 상대 대학이 부정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유치하고 있다는 등 노골적인 비방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결국 교육부가 중재에 나서기 까지 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대학간의 치열한 우수 입학생 쟁탈전 경쟁에 기인하지만 수험생의 대학선택의 독특한 양상과 관계가 있다.

대학의 사명은 “좋은 학생을 선발하여 잘 교육시켜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 말할수 있다. 그런데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하여 좋은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이다.

좀더 시스템적 용어로 본다면 “아웃풋(Output)은 전적으로 인풋(Input)에 달려 있다”는 것으로 좋은 졸업생 배출을 위해 좋은 입학생을 받아야 한다는 절대적인 명제를 대학은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중국 대학사태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중국판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 불리는 가오카오(高考)성적표에 의해 각 대학의 소위 커트라인이 정해지는 상황에서 각 지역별 1등을 모셔가기 위한 명문대학 간의 치열한 쟁탈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의 실정도 이에 못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고교생들에 대한 여러가지 유인프로그램이라든가, 여러 대학 동시 합격생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등이 각 대학의 연구과제이다.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대학의 서열은 변할 수 있고, 또 전공별로 서열이 다르다. 우수한 교수님들도 여러 대학에 산재하여 있다. 특성화된 대학은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대학선택에 있어서 소위 `신분동질화(Status Synchronization)`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신분동질화란 자기자신을 그 집단의 신분과 동질화 시키려는 욕망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학선택의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가 신분동질화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일류대학 또는 브랜드대학에 들어가 그 대학의 집단과 자기자신을 동질화 시키려는 욕망이다.

그래서 설사 연구력을 향상시켜 노벨상을 많이 배출한다 해도 기존의 명성을 뒤짚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일본의 경우에서 증명된 바 있다.

어쨋든 각 대학은 우수한 고교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뛰고 있다.

대학의 기본 인프라를 올리기 위한 노력과 연구,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하고 있다.

그러한 대학들의 노력은 대학선택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 현상이다. 그래야만 대학간의 자유경쟁과 대학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자유경쟁의 원리가 대학에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지적한대로 수험생 입장에서 신분동질화에 의한 대학선택과 실제로 나타난 대학간의 우열에 기초한 대학선택은 그 결정이 쉽지않다.

대학선택의 딜레마이다.

그러나 우리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엔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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