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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이상형(철학박사)
등록일 2015-06-30 02:01 게재일 2015-06-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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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심하다고 모두들 걱정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아직은 가뭄을 해소하기에 많이 부족하다. 가뭄이나 홍수는 하늘의 일이기에 아직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예전에 가뭄이나 홍수 때 자연이나 신에 기원하듯이 오늘날에도 하늘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을까?

그러나 전지구적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과연 이것이 단순히 자연의 섭리만인가는 의문이다. 인간이 세계를 자신과 다른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것과 대립할 때 인간 밖에 놓인 세계는 단지 인간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인간은 자연을 우리가 살기위한 하나의 먹잇감이거나 정복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서양의 전통은 나와 남을 분리하고 나와 바깥 세계를 분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살리기 위한 역사이다. 그러나 이런 역사의 끝에 남은 것은 자연파괴와 인간성 파괴이다. 따라서 오늘날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그 피해가 인간에게 오기에 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생각엔 여전히 사람이, `나`가 중심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런 환경보호론을 인간중심주의적 견해라 칭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우리 인간 세상을 파괴하기에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파괴나 생물의 멸종은 허용되는가? 어쩌면 지금도 이름 모를 식물이나 동물은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중심주의에 반대해서 자연중심주의적 환경보호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자연도 인간과 동일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극단적 자연보호로도 흐를 수 있는 이 생각엔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 숨어 있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다. 나의 뜻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거슬리지 않는 것. 공자가 `논어`에서 나이 50에 하늘을 뜻을 알게 되고, 70세에 종심이라 말한 경지일까? 무엇이든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자연의 원리를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일까?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자연이고 `인간 속의 자연`을 회복하는 것이 좋은 삶일지도 모른다.

/이상형(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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