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호 웹툰원작 드라마 `프린스의 왕자`서 이몽룡역 맡아
갓, 도포 차림으로 나서니 헌헌장부(軒軒丈夫)가 따로 없다.
이름도 이몽룡이다. 성균관 유생의 반듯한 이야기가 펼쳐지나 했더니 웬걸, 이야기는 별나라로 빠진다. 게임 세상 속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네이버 TV캐스트와 KBS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된 웹드라마 `프린스의 왕자`의 주인공 임윤호(26)는 “웹드라마 특유의 `병맛`이 있더라”며 웃었다.
`병맛`이란 불량스럽고 코믹하며 황당한 재미를 뭉뚱그린 조어로 tvN `SNL코리아` 등에서 자주 거론되며 젊은층에서 회자된다. 정상 궤도를 벗어난 B급 재미를 안겨주는 맛을 설명할 때 동원된다.
실제로 기존 드라마의 문법으로 `프린스의 왕자`를 보고 있다면 인내심이 좀 필요하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데다, 젊은층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다 보니 감정선이나 이야기 구조 모두 허름하고 비약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며가며 휴대전화를 통해 회당 10분 내외의 웹드라마를 낄낄거리며 소비하는 층은 이러한 이야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종영 전 이미 누적 조회수 100만 뷰를 돌파했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임윤호는 “저 역시도 `프린스의 왕자` 전에는 웹드라마를 안 봤다. 근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웹드라마를 보니까 새로운 세계가 있더라”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린스의 왕자`는 게임 오타쿠(한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인 탓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여동생을 둘러싼 오빠와 게임 회사 사장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짜 동성애도 펼쳐지는 독특한 이야기다.
“특히 저희 드라마는 스태프 전체가 젊어, 젊은 기운으로 잘해보자는 게 있었어요. 10부작 총 100분짜리를 열흘 안에 찍으니 많은 게 부족했지만, 스피디하게 새로운 감각으로 접근할 수 있더라고요. 또 이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도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로 쉽게 볼 수 있으니 코믹하고 황당한 내용도 괜찮은 것 같아요.”
임윤호는 이 드라마를 타고 해외에도 진출한다. `프린스의 왕자`가 네이버 라인TV를 통해 대만과 태국을 시작으로, 홍콩,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10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웹과 모바일로 VOD 서비스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200개 국가에서 월 4천만 명이 이용하는 웹사이트 비키를 통해 미주 지역에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해외에서 반응이 온다면 임윤호는 준비된 배우다.
고등학교 때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가 미국 뉴욕주립대학(SUNY) 2학년까지 다니면서 영어와 그들의 문화를 익혔기 때문이다.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는 말을 못하니까 과묵한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더라고요. 동양인을 비하하는 애들도 있고, 말을 못하니까 무시하는 애들도 있고…. 그래서 영어를 악착같이 배웠어요. 애들이 무슨 말을 해도 다 제대로 받아치기 위해서 오기로 열심히 했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길은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연기에 눈을 뜨게 됐다.
“미드를 보면서 막연히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친구가 듣는 연기수업을 구경하면서 실제도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펼친 연기에는 전율을 느꼈고요. 보통 사람들은 살면서 감정을 숨기고 살지만 배우는 표출하잖아요. 그게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육군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연기수업과 오디션을 거쳐 2013년 MBC 드라마 `7급 공무원`을 통해 데뷔했고, 이어 KBS 1TV 일일극 `지성이면 감천`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군대 말년 휴가를 나와서부터 연기수업을 받고 영화 `화이` 오디션에도 도전하고 했어요. 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이제 갓 연기를 시작했지만,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