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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과 나눔

곽규진(목사)
등록일 2015-05-29 02:01 게재일 2015-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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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홀몸노인들에게 10년째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고 있다. 이 마을 유일한 고등학생인 그녀의 아들은 준비해 놓은 식재료와 야채들을 다듬고, 씻고, 칼로 자르고, 빻는 일을 돕는다. 그리고 잔심부름도 하고 완성된 반찬을 통에 담아서 배달한다. 집에서는 잘 해보지 않는 일이라서 학생에게 그리 쉽지는 않다. 한 가지의 반찬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가정마다 배달할 때 이 학생은 참 보람되고 뿌듯하다. 할머니들은 반갑게 맞이해 주며 손을 꼭 잡고 열심히 공부하라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챙겨놓은 과자도 주고, 빨간 앵두를 따서 비닐봉지에 넣어 건네주기도 한다.

겨울이면 연탄불을 피우는 분들이 있어서 연탄불을 갈아주기도 하는데, 덤으로 해 드리는 그 만의 서비스이다. 말로만 듣던 연탄불 갈기. 뚜껑을 열면 연탄가스가 마구 올라온다.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아궁이에 있는 연탄을 꺼내고 새 탄을 넣는다. 가스냄새를 맡아야 하고 뜨거운 불을 가까이 하는 일이 매우 힘든다.

한 분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다. 걷지도 못하는 그 할머니가 교회에 가고 싶어 하신다. 그녀의 유일한 외출 기회다. 미안해서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어려워 한다. 학생이 반찬을 나누면서 주위 어른들과 협력하여 휠체어를 밀어드리기 시작했다. 귀가시간이 되면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서 차로 이동한 후 집에 도착하여 다시 휠체어에 태우고 집안까지 모셔 드린다. 할머니는 그에게 “학생 고생시켜서 미안해”라는 말로 고마움의 인사를 하신다. 휠체어 봉사를 통해 장애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할머니들은 반찬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기다린다.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립다. 이 학생은 반찬을 드리고 오는 것이 아니라 빈 반찬통에 할머니의 사랑을 가득 담아 돌아온다. 작은 나눔은 큰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효(Hyo)는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조화이다(Hamony of Young & Old).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효도가 세대간 섬김과 나눔으로 실천 확산되기를 바란다.

/곽규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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