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에서 일본 자매도시인 후쿠야마시 장미축제에 공연단을 데리고 간다는 소식을 들은 건 올해 2월 초였다. 당시에는 다른 일로 바빴고 또, 기본적인 일정만 나왔던 터라 공연에 관한 생각은 금새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개강이 되고 벚꽃이 필 무렵인 3월 중순, 다시금 포항시청에 알아보고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들어갔고 3개월 동안 여권 발급, 공연 안무 다듬기 등 여러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지난 15일 설레는 마음으로 일본 후쿠야마시로 출국하게 됐다.
지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그리 동떨어진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국은 타국이므로 처음 일본 공항에 내렸을 땐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일본에서 영어 통하기를 바라지마라`라는 말을 익히 들었고 또, 일본어라고는 `아리가토 고자이마스`,`이치, 니` 정도밖에 모르는 내가 과연 일본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일본에 도착한 그날 밤 완전히 사라졌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휴대폰 충전기를 빌려달라고 어눌한 말로 표현했을 때 호텔 직원은 전혀 개의치 않고 천천히 우리말을 들은 다음 이내 웃는 얼굴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깨지고,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일본 사람들이 친절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가게 되었다.
둘째 날도 첫날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연 전날이어서 그런지 “타국 사람들이 내 제스처를 알아보고 반응해줄까”와 같은 고민거리가 자기 전에 많이 들었다. “공연 시작 전의 멘트도 일본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도 역시 많이 생겨났다.
드디어, 공연 날인 대망의 셋째 날이 밝았다. 후쿠야마시의 대 행사인 장미축제 현장에 가자 많은 부스들이 우릴 반겼다. 부스를 돌아다니는 동안 한 번 더 일본인의 친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말이라고는 `하이`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번역기를 써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보여주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나같으면 포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윽고, 장미축제에서 공연이 다가왔고 우리는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올라보니, 한국에서의 관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수를 유도하는 대로 박수를 쳐주고 또, 곡이 끝나고 환호해주는 모습까지도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더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땡볕 아래에서도 많은 일본인들이 갓길에서 우릴 반겨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일본인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됐다.
우리의 메인 공연과 퍼레이드가 모두 끝나고 후쿠야마시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작별의 아쉬운 마음이 밀려 들었다. 매번 통역해주고 안내해주느라 고생한 포항시 관계공무원들의 친절함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린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마련해준 후쿠야마시청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어쩌면 헤어지는 그 자체가 야속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비록 짧다면 짧은 후쿠야마에서의 3일이었지만 내게 있어선, 일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좋은 추억거리를 안고 돌아왔다.
신록이 우거진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후쿠야마에서 보낸 3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그 친절함에는 반하지만 정서는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