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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김종헌(아동문학가)
등록일 2015-05-22 02:01 게재일 2015-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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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논란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그맨 장동민이 그렇고, 한 정치인이 그렇다. 그 개그맨은 과거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쌍욕, 여성비하, 삼풍백화점 피해자 모욕 등이었다며 비난을 받고 있다. 또 국회의원 정청래는 공식회의 자리에서 상대 의원을 향해 `공갈치는` 등의 막말을 하였단다.

그런데 이 두 경우는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전자가 사고 피해자인 약자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면, 후자는 회의과정에서 예의를 갖추지 못한 발언이라는 점이다. 또 그 발화의 의도도 다르다. 개그맨의 막말이 웃기려는 의도였다면, 정치인의 막말은 실천 없이 말로만 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의도가 강해 보인다.

그러나 다르면서도 같은 점이 있다. 개그맨은 안일하게 `재미`만을 생각했단다. 그런데 정치인은 그 의도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서 생각해 보면 `작정`하고 한 말 같다. 이것은 다른듯하지만, 막말을 통해 지지자(혹은 팬)를 모으는 인기몰이의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약자를 조롱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개그가 될 수 없으며, 독설에 가까운 막말로 정의를 세우려는 것은 비판이 될 수 없다. 어쨌든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치욕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언어폭력이다.

그런데 막말을 `솔직한 발언`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독설`과 `직언`을 혼동하여 동일시한 나머지 그것이 마치 정의를 말하는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타자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적 상황을 지적하는 용기와 타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처지(인기 혹은 이기)만을 생각하는 막말은 다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막말이 `용기 있는 직언`으로 오인되어 그 행태가 사회전반으로 번지는 듯하다. 정치인, 연예인, 그리고 시민단체 회원들까지 그 층위도 다양하다. 심지어 아이들조차 막말을 일삼고, 그 말을 되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김종헌(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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