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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감옥

곽규진(목사)
등록일 2015-05-21 02:01 게재일 2015-05-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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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빅토리아시대 여성작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은 사람에게 다섯 가지 감옥이 있다고 했다.

감정의 감옥, 근심의 감옥, 향수의 감옥, 비교의 감옥, 증오의 감옥이 그것이다. 이기적인 감정, 생의 염려, 지난날에 대한 집착, 타인에 대한 부러움, 누군가에 대한 증오는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무형의 감옥이다.

이 창살 없는 감옥은 자신의 편견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리고 그 편견의 뿌리는 생에 대한 무지, 지혜의 결핍이다.

매를 좋아하는 왕이 궁궐에서 애완용 매를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새로 임명된 신하가 왕궁의 뜰을 거닐다가 매를 보았다. 한 번도 매를 본 적이 없는 그는 그것이 못생긴 비둘기인 줄 알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위를 가져다가 매의 발톱을 깎고 부리를 잘라 주었으며 깃털도 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그런대로 볼만하군. 왕궁의 사육사가 그동안 게으름을 피웠던 모양이야!”

옛말에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한밤중에 길을 가는 것과 같다(人生不學,如冥冥夜行)`고 했다.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가끔 나이가 든 사람이 평생 교육의 일환으로 모종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학위가운을 입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찍는다. 즐겁고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자칫 그가 받은 어떤 수료증이 배움에 대한 만족감과 안도감을 주고 심지어는 교만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제 다 배웠으니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식으로 겸손함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지식은 추가했으나 지혜의 문은 오히려 닫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학자가 자신이 배운 것이 도리어 편견을 만들고 다시 스스로 무지의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

배움과 익힘을 통해 인생의 무지를 밝힐 등불, 무지의 감옥을 환히 비추는 지혜의 빛을 찾자.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 乎).` 진리가 우리를 언제나 자유케 한다. 날마다 진리의 등불을 들자.

/곽규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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