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을축제`는 동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주민들이 기획·연출하는 축제이고, 마을의 빼어난 경관과 마을에 얽힌 역사이야기를 바탕으로 2~3일 간 짧게 하고,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적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막대한 돈을 들여 인기가수를 부르지도 않고, 주민들이 모두 나와 인정을 나누고, 연극 공연도 하는데, 아마추어의 실수와 미숙함이 더 매력적이다. 마을축제가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이 순수성 덕분이다. `인간냄새`가 나고, 정치색과 상업성이 끼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5월 초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 `십이령마을`은 울진 금강송숲과 조선시대 보부상을 주제로 마을축제를 벌였다. 200여 가구, 500여 주민들이 총출동해 만들었는데, 기획에서 연출까지 모두 주민들이 머리를 짜냈고, 정치색이나 상업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 마을축제에 올해 700여명의 인근 도시 주민들이 몰려왔다. “볼거리도 많고, 특별한 음식도 많고, 사고 싶은 특산물도 많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십이령마을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울진의 해산물을 사서 지게나 달구지에 싣고 열두 고개를 넘어 봉화 안동 영주 등 내륙지역으로 팔러 가던 그 역사가 바탕이고, `목적`은 주민의 단합과 화합이다.
십이령마을 인근에 왕피천 굴구지마을(아홉구비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4계절 체험행사를 벌인다. 봄에는 산나물 체험, 여름에는 피라미 잡기, 가을에 산송이 채취, 겨울엔 눈썰매체험 등을 벌이는데 점점 관광객이 늘어난다. 과거에는 `보는 관광`위주였으나 지금은 체험관광이 주류를 이룬다.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부각시켜 축제의 장을 동민들이 벌여놓은 것이다.
정부도 마을축제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될성부른 마을축제는 지원한다. 십이령 등금쟁이축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3년 연속 지원해왔다. 성공한 마을축제는 전국에 6군데 있다. 경남 함안군 강주마을의 `해바라기축제`, 충남 청양군 천장리의 `겨울 얼음분수축제`, 울산 가지산의 고로쇠 약수제, 강원도 횡성읍의 허수아비 경영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을 살린 마을축제는 그 순수성 덕분에 발전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