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11, 13, 15세 아동의 학업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조사 대상 국가 29개국 중 최고였다.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던 최모(23)씨가 사격훈련장에서 총기 난사로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는 B급 관심병사였다. 관심병사에는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로 분류된다. 관심을 두고 관리만 할 것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인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는 없는 것 같다. 그는 유서에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는 그렇게 실행했다.
그가 남긴 글에는 `삶의 무의미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왜 사는지 알 수 없다는 절망감이다. 평소에 죽음만 생각하는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였다. 많은 경우 혼자 자살하지만, 남들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결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는데, 20여년 전 우울증 택시기사가 여의도 광장을 마구 내달려 놀고 있던 아이들을 치어 죽거나 다치게 한 사건도 있었다. 아무 감정도 없고, 이유도 없이 그저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10살 짜리 아이가 어머니를 죽여 씹어 먹고 싶다는 글까지 남기는 사회에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최씨는 사격 전에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걸으면서 혼잣말을 많이 하고, 각개전투 훈련때는 유난히 열심히 하고, 소리도 더 크게 질렀다. 불침번을 설 때는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이때 유서를 썼을 것이라 한다. 사격훈련 전에는 자기가 1번 사로에서 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고 한다. 남들도 죽이고 자신도 죽을 준비를 치밀하게 해왔던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고 죽음만을 생각하는 우울증 환자는 이유 없이 남들까지 죽이고 싶어한다. 참으로 무서운 질병인데, 우리사회는 `치료` 대신 `관심`만 기울이고, 그 관심조차 제대로 기울여 관리하지 않는다.
사격장의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정신과적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사회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