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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어찌 이 지경까지…

등록일 2015-05-11 02:01 게재일 2015-05-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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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해치는 존속범죄가 해마다 증가한다. 존속 살해, 존속 상해, 존속 폭행이 2012년 982건에서 지난해 1천119건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의 효(孝)문화는 서양에서 부러워하는 전통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효도법`을 제정해서 효도를 법으로 규정했다. 불효자는 시험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대학에 입학시키지 않고, 자식은 매달 일정 금액을 부모 부양비로 지급하라는 것 등이다. 조선시대에는 `불효죄`를 엄히 처벌했다. 이같은 효문화는 인성(人性)에 바로 갖춰진 인간사회를 만들어가는 기본 조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전통이 점점 망실돼간다.

30대 아들과 딸이 어머니와 공모해서 아버지를 살해하고 재산을 뺏으려 한 사건이 경남 사천에서 발생해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가장을 죽이려 한 죄는 전통사회에서는 극형이었다. 비록 미수에 그쳤다 해도 `가장 살해를 시도한 죄`만으로도 `인륜을 파괴한 행위`여서 결코 용납되지 않았다. 이들 가족들은 전기충격기로 아버지(68)를 넘어뜨리고, 가스분사기를 얼굴에 분사하고, 각목과 철근으로 마구 때려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그나마 어머니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만류함으로써 중상에 그쳤다고 한다.

어린 자식을 학대해서 죽인 사건이 지난해에는 몇 건 있었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동영상이 TV에 공개되어서 충격을 준 일은 있었지만, 온 가족이 공모해서 가장을 살해하려 한 사건은 드물다. 서울 노원구에서는 알코올 중독에 걸린 50대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아들과 딸을 죽이겠다고 폭행하다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이혼 상태이고, 알코올성 치매가 있어서 술취한 상태헤서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일은 `가정의 문제`로 방치할 수 없고, 정부가 `사회의 안녕`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에는 10살 짜리 초등학생이 동시집을 냈는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참혹한 글을 실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이렇게/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눈깔을 파먹어/…”이런 글보다 더 끔찍한 삽화도 곁들여 있다. 피흘리며 죽어 있는 시체 옆에서 한 소녀가 심장을 먹고 있는데, 입은 피투성이가 돼 있다. 글은 철 없는 아이가 썼다 해도 삽화는 어른이 그렸을 것이다. 성인(成人)이 어찌 이런 일에 부화뇌동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출판사는 책들을 전량 회수한다지만, 회수만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이런 출판사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부모들도 각성해야 한다.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자식을 혹독한 사교육에 내모는 부모가 자식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반성을 해야 한다. `억지로 만들어진 인재`가 문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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