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하버드대와 홀로코스트박물관에 들어갈 때 철통경호 속에서 뒷문으로 갔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국으로 먼저가 한국인들과 함께 항의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홀로코스트박물관은 2차대전 때 독일 나치에 학살된 600만명의 유대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아베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교활하다. 전쟁 당시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 대리로 있었던 스기하라가 유대인 2천명에게 입국비자를 내줬는데, 그의 사진이 이 곳에 걸려 있다. 아베는 이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기지를 기습공격함으로써 2차대전이 발발했고, 무조건항복 이후 일본은 미국에 `신하의 나라`처럼 지내왔는데 70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 성조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걸었다. 중국이 맹추격하고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현실에서 미국은 일본의 힘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세계맹주의 자리를 위협받게 된 미국은 `일본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의 품에 안기더라도 과거의 침략과 잔악한 학대에 대한 사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했다. `과거`는 잊고 `미래`만 보자 하는 태도는 비겁하다. `과거사 반성`을 끊임 없이 계속하는 독일은 국민 94%가 “주변국들과 잘 지낸다”라고 답한 반면, 일본은 46%에 그쳤다. `속 좁고 비겁한 일본인`이란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제의 잔악행위는 나치 못지 않았다. 난징대학살때 중국인 20만~30만명이 6주 만에 죽었고, 일본군에 강간당한 중국인도 8만명에 이른다. 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여성 수천명이 성노예로 끌려갔다. 3·1만세운동때 여학생들이 성고문과 강간을 당했다는 문서가 발견됐다.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1944년 16세때 대만으로 끌려가 3년간 성노예로 살았던 이용수(87)할머니는 하버드대생들 앞에서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기찜질을 당하는 등 갖은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아베는 계속 거짓말을 한다”고 성토했다. 한미FTA를 주도한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미 의사당 건물 앞에서 “일본은 역사세탁을 중지하라”며 1인시위를 했다. `과거의 악행`보다 이를 덮으려는 비겁함이 더 큰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