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좋지않은 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김성우 홍보수석의 대독 형식으로나마 중남미에서 귀국한 다음날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전격적이다.
그만큼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총리 사퇴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과 검찰에 대한 철저한 수사촉구, 정치개혁 의지 확인, 특검 원칙적 수용,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과거 2차례 사면에 대한 문제제기, 공무원 연금 개혁과 민생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당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대통령은 이날 “누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든 간에 부패에 대해서는 국민적 용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문을 정치개혁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도 수용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성역없는 수사와 부패구조 청산 및 새로운 정치개혁, 특검 수용 등 대통령의 언급은 원칙적으로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날 메시지를 놓고 기대에 못 미쳐 아쉽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여야 반응도 극명하게 갈려 앞으로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의혹에 연루된 이완구 전 총리의 퇴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성완종 사태 전반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들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언급은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말씀”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수혜자인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정치·경선·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하며, 수첩인사로 인한 거듭된 인사실패로 초래된 국정혼란과 공백을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자칫 이번 메시지 내용을 두고 여야 간 정쟁이 가열될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건강 악화에도 메시지를 전격 발표한 것은 그만큼 이번 파문을 조기 수습하고 국정동력을 회복해 집권 3년차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처리 시한을 눈앞에 둔 공무원 연금 개혁의 국회 처리와 2년 가까이 묶여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민생법안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그러나 이번 대독 메시지 발표가 새로운 정치공방, 소모적인 정쟁 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성완종 파문과 관계없이 정치권은 국회에서 제 할 일을 하고,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 당부에 걸맞도록 명운을 걸고 최선의 수사를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