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길 넘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앉았는데, 바위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부인이 주위 시종들에게 꽃 좀 꺾어줄 수 없느냐 물으니, “저기를 어떻게 올라갑니까” 한다. 그 때 소를 몰고가던 노인 한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짙붉은 바위가에/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꽃을 꺾어 받자오리다”가사를 지어 부르더니 냉큼 바위를 타고 올라가 꽃을 꺾어와 바쳤다. 노인은 바위위로 올라가는 루트를 잘 알고 있었던 모양.
거기서 이틀을 더 가다가 임해정(臨海亭)이라는 절경을 만나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용이 나타나 수로를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일행이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 “뭇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 쇠도 녹습니다. 바다 짐승이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찾을 겁니다”라고 하면서 노랫말을 짓기를 “해신아, 해신아, 수로를 내놓아라/남의 부녀를 앗아간 죄 얼마나 크냐/만약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너를 잡아/구워먹겠다” 노인이 시킨대로 했더니, 바다용이 순순히 수로를 받들고 나와 공에게 바쳤다 하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영덕군은 지난해 심포지엄을 열어 “헌화가의 현장은 영덕 굴곡포이고, 이틀을 더 간 곳 `해가`의 현장은 관동8경의 하나인 월송정이다”란 결론을 얻었다. 역사유적은 아는 만큼 보인다. 고전을 알면, 굴곡포와 월송정이 `역사유적 겸 절경`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