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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4-16 02:01 게재일 2015-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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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33대 성덕왕은 석가모니처럼 수행(修行)하겠다며 궁궐을 빠져나갔지만, 곧 잡혀 와서 왕이 되었고, 에밀레종으로 유명한 봉덕사를 세웠으며, 모든 죄수들을 다 풀어준 적도 있다. 그 무렵 수로부인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적혀 전한다. 천하일색인 수로는 수시로 신물(神物)에 잡혀갔다가 돌아왔다. 남편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이었는데, 당시는 동해안 길을 따라 며칠을 걸어서 강원도까지 갔다, 가다가 절경을 만나면 거기서 점심 식사를 했으니, 부임길이 유람길이었다.

천길 넘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앉았는데, 바위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부인이 주위 시종들에게 꽃 좀 꺾어줄 수 없느냐 물으니, “저기를 어떻게 올라갑니까” 한다. 그 때 소를 몰고가던 노인 한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짙붉은 바위가에/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꽃을 꺾어 받자오리다”가사를 지어 부르더니 냉큼 바위를 타고 올라가 꽃을 꺾어와 바쳤다. 노인은 바위위로 올라가는 루트를 잘 알고 있었던 모양.

거기서 이틀을 더 가다가 임해정(臨海亭)이라는 절경을 만나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용이 나타나 수로를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일행이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 “뭇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 쇠도 녹습니다. 바다 짐승이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찾을 겁니다”라고 하면서 노랫말을 짓기를 “해신아, 해신아, 수로를 내놓아라/남의 부녀를 앗아간 죄 얼마나 크냐/만약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너를 잡아/구워먹겠다” 노인이 시킨대로 했더니, 바다용이 순순히 수로를 받들고 나와 공에게 바쳤다 하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영덕군은 지난해 심포지엄을 열어 “헌화가의 현장은 영덕 굴곡포이고, 이틀을 더 간 곳 `해가`의 현장은 관동8경의 하나인 월송정이다”란 결론을 얻었다. 역사유적은 아는 만큼 보인다. 고전을 알면, 굴곡포와 월송정이 `역사유적 겸 절경`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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