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입법은 절차가 복잡하다. 관계부처와의 협의와 공청회,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있으면 바로 발의할 수있다. `처남 좋고 매부 좋은` 청부입법은 그 대신 후유증·부작용을 낳는다.
청부입법이 통과되면, 행정부처는 산하기구가 생겨서 퇴직 관리가 낙하산 타고 내려갈 `자리`가 생기고, 예산이 배정된다. 대표발의한 의원의 지역구에는 산하기구가 유치돼 `의원의 공적`이 생긴다. 정부입법의 경우 `예산부처와의 협의`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예산을 배정하기 곤란하다”는데는 별 수 없다. 여기서 많이 좌절하지만, 의원입법으로 하면 `예산장벽`이 없으니, 나중에 예산부처가 큰 고역을 치르고, 납세자는 `봉`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법안발의실적`이라는 부담이 있다. 실세의원이나 당 지도부는 매우 손쉽다. 정부에서 매우 완성된 법안을 만들어 상납하기 때문이다. 국감때 잘 봐달라는 선물이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으니, 청부입법 수주(受注)에 나서서 법안 발의 실적을 맞춰야 한다. 시의적절하고 내용이 좋은 청부입법안이 있으면 상임위 의원실 보좌관들 끼리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청부입법이 횡행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예산`이 들어가고 `산하기구`가 만들어지는 법안은 대체로 청부입법이다.
이같은 청부입법은 국가재정의 왜곡을 유발한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손뼉을 맞춰 `주고받기`를 하는 동안 돈을 내는 납세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불요불급한 곳에 국민혈세가 새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누수(水)만 막아도 복지예산 조달이 쉬울 것이다. 그래서 요즘 청부입법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법제처는 지난해 11월 의원입법에 대해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의원발의 법안의 경우에도 행정입법 처럼 예산이 필요할때는 관계기관 간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규제영향평가` 등 각종 심사를 의무화해 심의과정을 까다롭게 해서 정부입법이나 의원입법이나 같은 절차와 관문이 만들어지면, 굳이 `청부`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수입만큼 지출한다`는 원칙을 세워서 예산 뒷받침 없는 입법을 금지하고, `재원조달방법`이 확실하지 않은 법안은 아예 상정조차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부(請負)`란 용어는 그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다. 청부살인이란 말이 바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청부입법이란 용어 자체가 사라지도록 국회가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