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중국이 8,848m 히말라야 산록을 뚫어 2020년까지 네팔까지 철길을 낸다는 소식이 들렸다. 중국 선박이 필리핀 앞 바다 남사군도의 암초위에 모래를 부어 인공 섬을 만드는 위성사진이 공개되었다. 모두가 막대한 경비가 드는 일이고 중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1천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 설립하였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은 이제 당당한 세계 2위의 G2국가로 부상한 모습이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 동남부 절강성 일대를 둘러 본적이 있다. 잘 정리되고 기계화된 농촌, 큼직큼직하게 들어선 3층짜리 농촌 주택, 끝없이 연결되는 철도와 고속도로망, 인천의 영종대교를 능가하는 바다위의 대교, 모두가 중국의 발전된 오늘의 모습이다. 옆 자리의 어느 외국인 교수는 달라진 중국의 모습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형편없는 중국의 오지를 여행해 보라고 권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오늘의 중국식 사회주의는 개혁을 통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중국의 이러한 비약적인 발전에는`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가 뒷받침 되었다. 그들은 사회주의에 시장 경제를 교묘하게 결합하였다. 중국이 등소평 이후 스탈린적인 통제 경제의 틀을 벗어 던지고, 개혁·개방을 시도한 결과이다. 그들은 이미 사회주의식 공유(共有)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일종의 사유제인 `다종 공유제`를 인정하고,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를 시장 경제로 과감히 전환하였다. 경제적 침체와 위기를 맞이한 북한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따를 것인가. 북한의 소위 `우리식 사회주의`는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급속히 벤치마킹해야 살길이 보인다.
북한 당국도 2000년대 초부터 조심스런 경제 개선 조치를 취해 보았다. 종합 시장을 인정하고 공장의 독립 체산 제나 성과급제를 채택하고, 경제의 분권화 조치나 경제 개방 특구 제를 도입해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의 투자는 부진하고 생산성의 향상은 없고 경제적 빈곤의 악순화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중국식 개방·개혁을 수용하기 힘든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북한은 중국에 비해 최고 지도자 교체나 운영 방식의 메커니즘을 제도화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모택동에 이은 등소평, 조자양, 강택민, 호금도, 지금의 시진핑에 이르기 까지 당 대회를 통한 최고 지도자의 교체방식을 제도화하였다. 그에 반해 북한은 아직도 `수령 승계론`, 반사회주의적인 왕조식 권력승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더구나 그들은 이를 위해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수령 결사 옹위를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는`국가 존엄`이라는 수령 보위를 절대 우위에 두고 개혁·개방은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 정권 수립이후 지도층내의 북한식 개혁이나 개방주장은 반혁명 종파 분자로 몰려 제거되어 버렸다. 김일성 시대 경제 개혁을 주장하다 처형된 이효순, 박금철의 종파 사건, 김정일 시대 화폐 개혁을 단행하고 책임 전가용으로 처형된 당 재정 부장 박남기 사건,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친중 개혁파인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 지도부의 개혁·개방적 주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중국 지도부가 개혁 개방 과정에서 사상과 이데올로기인 홍(紅)보다는 기술과 전문성인 전(專)을 중시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북한 권력 풍토에서 당이나 내각의 소수 개혁파나 실용적 테크노크라트의 주장은 표출될 수도 없고 세력화 되지도 못한다. 다만 선군 정치 하에서 수령을 보위하려는 군부 중심의 충성분자들만이 판을 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북한이 권력구조의 근본적 변혁 없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