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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Fact)과 진실(Truth)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4-02 02:01 게재일 2015-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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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적 회의`란 말을 처음 쓴 철학자가 데카르트(Descartes).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이라 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해서 다 진리가 아니며 연극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그림자는 실제가 아니다. 역사는 `사실`이지만 다`진실`은 아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많이 고민한 사학자가 사마천이다.

한신은 한(漢)나라 개국공신이다. 어느날 한신이 유방에게 말했다. “황제께선 10만 병사를 거느릴 장수입니다” 황제가 한신에게 물었다.“경은?” 한신이 대답했다. “소신이야 다다익선이지요” 내가 당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뜻이니, 이때부터 한신은 `반역의 기운이 농후한 자`로 찍혔고, 결국 토사구팽. 역모죄를 쓰고 3족이 죽었다. “한신이 역모를 했다”하는 기록은 `사실`이지만“과연 역모를 했는가”파헤친 것은 `진실`이다.

사마천은 `드러난 사실`만을 기록하지 않고 `숨어 있는 진실`을 파고 들었다. `이릉`장군이 적에 투항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과부적의 상황에서 부하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무모한 전쟁을 피하고 투항을 선택한 것은 `진실`이다. 사마천은 이 진실을 말했다가 황제의 분노를 사 사형보다 더 치욕적인 궁형(宮刑)을 당했다. 후에 진실이 밝혀져 사마천은 환관이 됐고, 사가(史家) 집안의 후예 답게 `중국 3천년의 역사`를 담은`사기`를 썼다.

사마천은 “한신이 실제 역모를 꽤했느냐?”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고향 장쑤성을 찾아가 탐문을 했다. 진실을 알았지만 “한신은 황제를 겁먹게 할 정도로 뛰어난 장수였기 때문에 역모죄에 엮였다”라고 쓰지는 못했다. 그랬다면 분서갱유를 당했을 것이다. 다만 사마천은 비유적으로, 엇비슷하게, 한신의 위대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에게 `역사상의 신원`을 해주었다.

이번 달 열릴 국회에서 `김영란법`과 `어린이집 CCTV법`이 바로 잡혀질 것인가. 협박·로비 같은 `감춰진 진실`이 따로 있어서 사학자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도록 사실과 진실이 부합되기를 바란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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