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은 한(漢)나라 개국공신이다. 어느날 한신이 유방에게 말했다. “황제께선 10만 병사를 거느릴 장수입니다” 황제가 한신에게 물었다.“경은?” 한신이 대답했다. “소신이야 다다익선이지요” 내가 당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뜻이니, 이때부터 한신은 `반역의 기운이 농후한 자`로 찍혔고, 결국 토사구팽. 역모죄를 쓰고 3족이 죽었다. “한신이 역모를 했다”하는 기록은 `사실`이지만“과연 역모를 했는가”파헤친 것은 `진실`이다.
사마천은 `드러난 사실`만을 기록하지 않고 `숨어 있는 진실`을 파고 들었다. `이릉`장군이 적에 투항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과부적의 상황에서 부하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무모한 전쟁을 피하고 투항을 선택한 것은 `진실`이다. 사마천은 이 진실을 말했다가 황제의 분노를 사 사형보다 더 치욕적인 궁형(宮刑)을 당했다. 후에 진실이 밝혀져 사마천은 환관이 됐고, 사가(史家) 집안의 후예 답게 `중국 3천년의 역사`를 담은`사기`를 썼다.
사마천은 “한신이 실제 역모를 꽤했느냐?”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고향 장쑤성을 찾아가 탐문을 했다. 진실을 알았지만 “한신은 황제를 겁먹게 할 정도로 뛰어난 장수였기 때문에 역모죄에 엮였다”라고 쓰지는 못했다. 그랬다면 분서갱유를 당했을 것이다. 다만 사마천은 비유적으로, 엇비슷하게, 한신의 위대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에게 `역사상의 신원`을 해주었다.
이번 달 열릴 국회에서 `김영란법`과 `어린이집 CCTV법`이 바로 잡혀질 것인가. 협박·로비 같은 `감춰진 진실`이 따로 있어서 사학자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도록 사실과 진실이 부합되기를 바란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