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작가 아가톤이 비극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축하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예닐곱 명이 모였는데 곧 에로스에 대한 격렬한 토론장이 된다. 그때 마지막으로 향연장에 등장하는 인물이 군인이자 정치가인 알키비아데스였다. 담쟁이덩굴과 제비꽃으로 된 화관을 미남자 우승자인 아가톤에게 씌워주고 싶어서였다. 알키비아데스에게도 에로스 찬양을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는 실은 에로스에 빗대 소크라테스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더 말하고 싶었다. 술을 빙자해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못생기고 괴팍한 신들의 이름에 비유해 스승의 외모를 비하하면서도 그의 존재감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이었다. 그가 보기에 스승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눈을 가졌고, 보통 사람들이 대단하게 여기는 육체나 부 등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무지를 가장하고서 진짜 무지한 사람들을 깨우쳤으며, 한 번 사색에 빠지면 결론을 얻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을 정도로 참을성이 강했다.
“실제 독사보다도 더 아프게 무는 독사에게 물렸습니다. 심장을, 아니 마음을 물렸어요. 지혜를 사랑하는 그의 말에 물린 겁니다.” 스승을 향한 질투와 시기, 그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그는 울부짖듯 고백한다. 먼 훗날, 모차르트 곁의 살리에리가 이 장면을 읽었다면 깊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전체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이 철부지 제자에게 이렇게 설교한다. 육체의 아름다움보다 정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라고. `자네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 때 그때서야 자네 마음눈이 밝아진다. 그러니 자네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알키비아데스를 설득하는 소크라테스가 얄미워 보이는 건 약점 많은 보통 사람 정서를 두고 인간적이다, 라고 변호하고 싶은 그 맘 때문은 아닌지.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