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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3-26 02:01 게재일 2015-03-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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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서거했다. 그에 관한 평가는 다양하다. 경제를 일으키고 국민성을 개조한 측면에서는 `아시아의 거인`으로 칭송 받는다. 반면 지나친 독단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변과 국민에게 주입한 면에서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 둘 다 제 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옳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지도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 어떤 것을 우선에 둘 경우 그 반대쪽의 일에는 아무래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는 그것에 버금가는 나쁜 일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존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리더란 사람들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자리이지, 자신의 복잡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1965년 신생국의 초대총리에 올라 25년간 재임하는 동안 싱가포르를 전 세계에 우뚝 서게 만든 그의 원동력은 강직함이었다. 오늘날 싱가포르의 일인당 국민총생산은 거의 6만 달러로 세계 8위이자 아시아 1위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낳은 빛나고 빠른 성과였다.

그가 강조한 `클린 앤 그린` 정책은 일류선진국을 향한 주춧돌 같은 것이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 침이나 껌 뱉기, 흡연 등 자잘한 공공질서 위반부터 다스리는 것이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공직자 처우를 최상으로 올리는 만큼 부정부패에는 철저하게 무관용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 모든 원동력을 바탕으로 일류국가 만들기 프로젝트에 전생을 바쳤으니 국부로 추앙받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합리적 서구 민주주의 시각에서 보면 그는 독선적인 지도자였다. 그 스스로 공공연하게 서구식 민주주의를 흉내 내는 것보다 아시아적 가치에 맞는 민주주의를 택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기야 떡도 쥐고 북도 칠 수는 없는 것. 강력한 지도력이 국가발전과 국민 경제 부흥을 약속하는 것만큼, 억압된 개인권이나 제한된 자유를 감수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 그 선 안에서라면 그는 분명히 훌륭한 지도자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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