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열다섯 편의 손바닥소설 중 가장 여운을 남긴다. 아직 젊었기에 순수했던 작가정신이 주인공 위르겐과 꼭 닮았다. 아홉 살 위르겐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매일 폐허 앞을 지킨다. 허물어진 잔해 속에 네 살짜리 동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동생이 죽었다 해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말했다. 쥐들은 죽은 시체를 먹는다고. 그러니 쥐들에게서 동생을 구하려면 매일 폐허를 지킬 수밖에 없다. 동생을 두고 집에 갈 수는 없다.
우연히 그곳에서 `토끼 키우는 사내`를 만난다. 위르겐의 사연을 들은 토끼사내가 말한다.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라고. 그곳을 떠나면서 사내는 약속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토끼 한 마리를 데려오겠다고. 위르겐에게는 기다림이란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사내가 가져올 토끼를 위해 울타리를 만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짧은 얘기와 어울리게 문체 또한 단문인지라 작가의 의도가 꼬이지 않고 담백하게 잘 와닿았다. 야행 동물인 쥐가 밤에 곤히 잠들 리 없다. 어쩌면 위르겐이 희망토끼 사내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쥐들은 동생을 해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간직한 영혼을 위해서라면 작가는 하얀 거짓말 정도는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토끼 사내는 필연으로 등장해야만 한다. 절망의 구렁텅이일수록 토끼 같은 희망의 은유가 배달되기를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니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