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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한다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3-11 02:01 게재일 2015-03-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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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하면 이기고 흔들리면 진다. 목표 앞에서 단단하면 끝내 살아남아 손을 흔들고, 어리바리하면 자기연민에 빠져 결국 손을 놓는다. 목표 지향적인 이들은 우선 스스로를 확신한다. 낯설고 두려운 것에 맞설 내공이 있는데다 마음이 단단하니 흔들림이 없다. 그들은 일단 목표를 정하면 저지르고 본다. 여행이든 글쓰기든 취업이든 마찬가지다. 머뭇거리며 시도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나 자책보다 재지 않고 저지른 뒤의 공허와 허탈이 그래도 낫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성취감 뒤에 오는 공허일지라도 다다르지 못한 자책에 비하면 훨씬 나은 자긍심 아니던가.

하지만 마음이 무른 자는 그 마음을 굳히는 것부터 버겁다. 자기 확신이 따라주지 않으니 목표는 부정확하고, 실천하는 방법 역시 부실하기만 하다. 당연히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쓸 데 없이 소심해지기도 한다. 상담가 고코로야 진노스케가 말했다. “자신이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의 100명 중 98명이 응원을 해도 깨닫지 못한다. 응원해주지 않는 두 명이 있다는 현실만을 계속 비관한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8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장기판이나 바둑판에서 구경꾼이 판을 더 잘 읽을 때가 있다. 이 경우 자기 확신이 있는 대국자는 구경꾼을 의식하지 않는다. 판을 아무리 잘 읽는다 해도 구경꾼은 구경꾼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연민에 갇힌 대국자는 스스로 구경꾼 역할까지 자초한다. 주관적 뚝심으로 제 목표를 밀고 나가기보다 객관적 잣대로 제 행위의 타당성을 검열하기 바쁘다. 갈망과 자기검열이 함께 하는 자리에 의외의 승전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껏해야 답보상태나 현상유지라는 밋밋함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건전한 목표라면 주저하기보다 시도할 지어다. 스피노자의 통렬한 한 마디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그걸 하기 싫다고 되뇌는 것과 같다.” 갈망한다면 우선 자기 부정이나 자기 연민의 감정부터 걷어내라. 뻔뻔하게 단단할수록 목표점에 한층 가까워진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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