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마음이 무른 자는 그 마음을 굳히는 것부터 버겁다. 자기 확신이 따라주지 않으니 목표는 부정확하고, 실천하는 방법 역시 부실하기만 하다. 당연히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고, 쓸 데 없이 소심해지기도 한다. 상담가 고코로야 진노스케가 말했다. “자신이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의 100명 중 98명이 응원을 해도 깨닫지 못한다. 응원해주지 않는 두 명이 있다는 현실만을 계속 비관한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8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장기판이나 바둑판에서 구경꾼이 판을 더 잘 읽을 때가 있다. 이 경우 자기 확신이 있는 대국자는 구경꾼을 의식하지 않는다. 판을 아무리 잘 읽는다 해도 구경꾼은 구경꾼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연민에 갇힌 대국자는 스스로 구경꾼 역할까지 자초한다. 주관적 뚝심으로 제 목표를 밀고 나가기보다 객관적 잣대로 제 행위의 타당성을 검열하기 바쁘다. 갈망과 자기검열이 함께 하는 자리에 의외의 승전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껏해야 답보상태나 현상유지라는 밋밋함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건전한 목표라면 주저하기보다 시도할 지어다. 스피노자의 통렬한 한 마디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그걸 하기 싫다고 되뇌는 것과 같다.” 갈망한다면 우선 자기 부정이나 자기 연민의 감정부터 걷어내라. 뻔뻔하게 단단할수록 목표점에 한층 가까워진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