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영화 `명량`, 창작의 자유냐? 명예훼손이냐?

등록일 2015-03-02 02:01 게재일 2015-03-02 19면
스크랩버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1천7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영화`명량`에 대한 형사고소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9월 배설 장군의 직계 후손들은 성주 경찰서에 영화의 감독과 작가 등을 사자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하였다. 지난해 세월 호 사건 등으로 뒤숭숭한 사회 상황에서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리더십을 등장시켜 국민적인 불안 해소용으로 흥행레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대립된다. 박진감 넘치는 대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흥미 위주의 상업 영화로 졸작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이 영화가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였다고 주장했지만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사실을 왜곡한 장면이 수 없이 많다. 예컨대 영화 초반의 이순신 장군에게 수군통제사로 발령하는 교지부터 문제이다. 교지상의 만력(萬曆) 30년 9월 20일은 임란이 끝난 4년 후 1602년이 되어 전혀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명랑해전 당시 거북선이 소실되어 사용할 수 없는데도 거북선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영화의 1시간 이상의 백병전 장면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사학계에서도 지적한바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왜곡은 특정인에게 고통이나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영화의 품격을 떨어뜨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 `명량`의 초반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배설 경상우수사에 대한 묘사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많다는 것이다. 경북 성주의 배설 장군의 후손들이 이를 분개하고 문제 삼아 형사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이유 있는 항변일 것이다. 배설 장군의 직계 후손들은 이 순신 장군을 영웅화시키기 위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악역의 캐릭터로 배설장군을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가공인물이 아닌 실존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자막 한마디 없는 제작사를 후손의 이름으로 고발 한 것이다.

형법 308조인 사자의 명예 훼손죄는`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후손들은 이 영화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연(公然)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선조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설 장군이 명랑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의 살해 음모의 총책이 되고, 명량 해전을 앞두고 아군이 땀 흘려 건조한 거북선을 불태웠다는 장면은 완전히 날조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사실이 탄로나 장군이 거룻배를 타고 도망치다가 해상에서 부하 안위의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란 역사에서 12척의 배를 구하여 조선 수군을 살린 배설 장군의 억울한 죽음은 1605년 신원되어 임란 `선무 일등 공신`에 책록 되어 있다. 그는 후일 병조 판서까지 추증되었다.

영화 `명량`은 역사적 사실(faction)과 픽션을 결합한 일종의 팩션(faction) 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에 없거나 부합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 날조까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 `명량`에서 배설 장군은 최악(惡)의 상징 인물로 설정되고, 그의 대척점에 이순신 장군의 선(善)은 극도로 부각되어 영웅화되고 있다. 관객의 흥미 유발과 상업적 성과를 위해 배설 장군을 하극상의 음모자, 비겁자, 왜적 보다 못한 위인으로 묘사된 것도 예술 표현의 자유에 해당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소송은 결국 `창작의 자유`와 사자의 `명예훼손` 문제로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번 소송은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한 창작활동의 자유와 작품의 오락성과 흥행성을 위한 작위성의 한계 등을 명백히 가리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