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환상과 현실 사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02 02:01 게재일 2015-02-02 19면
스크랩버튼
환상과 현실은 다르다. 생텍쥐페리, 라고 말하는 순간 작가의 프로필보다 어린왕자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금발머리에 길고 푸른 외투를 걸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의 다른 이름이 곧 어린왕자가 될 정도이다. 어린왕자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쏟아내는 별빛 같은 명대사들도 곧 생텍쥐페리 자신의 내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 입장을 편집자가 정리한 `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을 읽는다면 그에 대한 무한 긍정의 환상을 지녔던 나 같은 이는 다소 충격을 받게 된다.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만을 기억하는 일이 독자로서는 행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마보이, 우울증환자, 바람둥이, 대머리, 변덕쟁이 기타 등등 인간적 약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내 콘수엘로 입장에서 그녀의 자취를 따라 편집된 책이라 다소 과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는 콘수엘로의 마음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다. 방황하는 자유영혼이 그의 콘셉트였다. 시댁식구도 주변인도 인정해주지 않는 결혼 생활에서 남편인 그마저 무관심과 바람과 떠남을 반복하며 그녀를 외로움이란 수렁 속에 방치했다.

그는 콘수엘로가 보이지 않을 때야 비로소 그녀에 대한 사랑이 확인되는 사람이었다. 방치한 뒤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명대사가 되어버린 `네가 길들인 장미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한다`는 그 부분은 어쩌면 갈무리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참회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콘수엘로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을 잡아두고 길들이기 위한 남편의 언술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의 사랑은 그들 입장에서는 온전한 사랑이었겠지만 객관적인 면에서는 불공정한 사랑이었다. 공정이나 공평으로 사랑의 본질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콘수엘로에 감정 이입되다 보니 생텍쥐페리에게 헌사를 남발했던 지난날이 괜히 억울해지기까지 했다. 독자는 작품으로만 만날 때 행복하다. 완벽한 작품일수록 작가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 오늘의 결론, 약점과 실수로 뒤범벅이 된 삶일수록 작품성에 기여하는 바는 크도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