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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식으로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1-29 02:01 게재일 2015-0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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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밝은방`은 펼치는 순간만은 설렌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문외한인데다 작가만큼 `엄마`에 대한 궁극의 핍진한 애정을 체화하지 못해서 그런지, 막상 그의 사유를 온전히 내 것으로 옮겨오는 데는 좌절하곤 한다. 난해한 그의 글은 폐부 깊숙이 찌르다가도 어느 순간 리듬이 끊긴다. 번역 탓도 있으리라. 같은 내용이지만 절판된 `카메라 루시다`는 덜하다는데 싶어 검색해보니 중고 값이 무려 15만원! 열 배 이상이나 올랐다. 두 책을 비교해가면서 나름의 독해를 시도하려했던 일은 미뤄진 숙제가 되어 버렸다.

사진에 대한 막연한 매력을 품게 된 것은 롤랑 바르트 덕이다. `밝은방`에 나오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관한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난 뒤의 일이다. 롤랑 바르트는 지식인 마마보이라 해도 좋을 만큼 엄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교통사고로 죽기 직전까지 그가 한 일은 엄마에 대한 애도일기를 쓰는 일이었다. `밝은방`에서도 어머니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자신만의 사진론을 역설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사진에 대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공통된 심상 또는 보편적 정서를 스투디움이라 한다면, 구경꾼 개별자의 `폐부 깊숙이 찌르는 세부적 무엇`을 `푼크툼`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객관적이고, 평면적이고, 대중적이며, 이해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입체적이며, 개인적이며, 소통 부재해도 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에게 사진은 푼크툼의 눈썰미를 발설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정하지 않았다.`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사진에서 발견한 그녀의 눈빛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이것은 롤랑 바르트만이 제 어머니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찌름`의 모습이지 무관심한 타인이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이미지는 아니다. 푼크툼의 정서는 내밀하고 부분적이며 섬세하다. 한 장의 사진에서 발견하는 자신만의 `알아보거나 눈치 챔`의 특수한 감흥, 이 느낌을 자극해주는 매개체로서 롤랑 바르트의 `밝은방`은 곁에 둘 만하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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