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막연한 매력을 품게 된 것은 롤랑 바르트 덕이다. `밝은방`에 나오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관한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난 뒤의 일이다. 롤랑 바르트는 지식인 마마보이라 해도 좋을 만큼 엄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교통사고로 죽기 직전까지 그가 한 일은 엄마에 대한 애도일기를 쓰는 일이었다. `밝은방`에서도 어머니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자신만의 사진론을 역설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사진에 대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공통된 심상 또는 보편적 정서를 스투디움이라 한다면, 구경꾼 개별자의 `폐부 깊숙이 찌르는 세부적 무엇`을 `푼크툼`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객관적이고, 평면적이고, 대중적이며, 이해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입체적이며, 개인적이며, 소통 부재해도 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에게 사진은 푼크툼의 눈썰미를 발설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정하지 않았다.`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사진에서 발견한 그녀의 눈빛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이것은 롤랑 바르트만이 제 어머니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찌름`의 모습이지 무관심한 타인이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이미지는 아니다. 푼크툼의 정서는 내밀하고 부분적이며 섬세하다. 한 장의 사진에서 발견하는 자신만의 `알아보거나 눈치 챔`의 특수한 감흥, 이 느낌을 자극해주는 매개체로서 롤랑 바르트의 `밝은방`은 곁에 둘 만하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