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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선택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1-26 02:01 게재일 2015-0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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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규정해 놓은 원칙이나 신념에 따라 행동화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경험하고 축적된 여러 상황들은 자기내면화라는 깔때기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개성이라는 고유 행동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 행위는 이타적인 것을 지향할 수도 있고, 이기적인 것을 욕망할 수도 있고, 보편타당한 것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 어떤 방식이라도 타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고유한 행동 패턴은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개별자의 행복감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보편적이든 누구나 제 좋아서 하는 일에는 신이 난다. 몸과 마음이 절로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삶은 제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내 좋은 쪽으로만 되는 게 삶이라면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 앞에서 고민할 이유가 없다. 바라는 대로 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에게나 삶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그들 좋은 쪽으로 되어가게끔 운명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할 때도 있고 그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닌 상황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놓고 평생 고민하다 죽음에 가닿는 것 그것이 삶의 길이다. 이 길을 가야 편한데 저 길을 가게끔 불편하게 만드는 시지포스의 운명, 이것이 삶의 실체적 진실이다.

원하지 않은 맞선 자리 앞에서 부모가 성화를 하면 단호한 아들이라면 끝내 나가지 않을 것이고, 맘 약한 아들이라면 억지로라도 그 자리에 나가게 될 것이다. 둘 다 편치 않다는 점에서는 같다. 부모의 요청을 거절한 아들은 불효에 대한 자책으로, 마지못해 선 자리에 나간 아들은 그 상황에 대한 거부감으로 맘이 불편하다. 찜찜함의 자책도, 홀가분한 부담도 결국은 자신의 일이다. 이런 상황은 운명처럼 계속된다. 그래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나마 자신의 내면이 더 요청하는 쪽으로 따르는 수밖에 없고 그 판단의 기준도 여럿이다.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내게 좋고 행복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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