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보편적이든 누구나 제 좋아서 하는 일에는 신이 난다. 몸과 마음이 절로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삶은 제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내 좋은 쪽으로만 되는 게 삶이라면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 앞에서 고민할 이유가 없다. 바라는 대로 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에게나 삶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그들 좋은 쪽으로 되어가게끔 운명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할 때도 있고 그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닌 상황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놓고 평생 고민하다 죽음에 가닿는 것 그것이 삶의 길이다. 이 길을 가야 편한데 저 길을 가게끔 불편하게 만드는 시지포스의 운명, 이것이 삶의 실체적 진실이다.
원하지 않은 맞선 자리 앞에서 부모가 성화를 하면 단호한 아들이라면 끝내 나가지 않을 것이고, 맘 약한 아들이라면 억지로라도 그 자리에 나가게 될 것이다. 둘 다 편치 않다는 점에서는 같다. 부모의 요청을 거절한 아들은 불효에 대한 자책으로, 마지못해 선 자리에 나간 아들은 그 상황에 대한 거부감으로 맘이 불편하다. 찜찜함의 자책도, 홀가분한 부담도 결국은 자신의 일이다. 이런 상황은 운명처럼 계속된다. 그래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나마 자신의 내면이 더 요청하는 쪽으로 따르는 수밖에 없고 그 판단의 기준도 여럿이다.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내게 좋고 행복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