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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까지 뇌물을 받다니

등록일 2015-01-26 02:01 게재일 2015-0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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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몇 해 전 어떤 계기로 재판정에 간적이 있다. 한 번은 형사 폭행사건으로 구속된 어느 청년 부모님의 간청 때문에 가게 되었다. 평소 그 청년의 처지를 아는 입장이라 탄원서까지 써주고 후배인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 청년은 선고유예로 석방되었다. 그 부모님의 기뻐하던 모습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지난해에는 유신시대 시국사건으로 구속되었다 풀려난 대학 후배들의 보안법 재심 사건을 방청하기 위함이다. 세월이 40여년 흐른 후의 재심사건인데 그들의 재학 중의 시국선언문은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 두 사건에서 법복을 입고 당당하면서도 정의롭게 판시하던 판사님의 태도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수원 지법 최모(43) 판사가 `명동의 사채, 왕`으로 부터 수 억 여 원의 금품을 받아 긴급체포 되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동료 판사에 의해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연이어 대구지방의 A(30) 판사는 대학 여자 후배 2명을 성추행하여 일단 재판업무에서 배제되었다는 기사도 보인다. 그 동안 여검사와 내연 관계에 있었던 어느 변호사의 벤츠 승용차 사건, 검사의 성추행 사건, 검찰 간부의 공연 음란 사건 등 검사의 비리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현직 판사가 동료 판사에 의해 법의 심판을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이를 어찌 할 것인가. 물론 이번 사건이 일부 몰지각한 소수 판사들의 탈선이겠지만 법관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판사의 권위는 아직도 존중되고 추앙받고 있다. 우리는 사법 정의를 위하여 헌신하는 꼿꼿한 판사님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토록 성직자처럼 살다간 사도 대법관 김홍도를 우리가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특강 차 방문한 전북대의 로스쿨에는 그의 세례명을 딴 `바오로 관`이 그를 아직도 기념하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대법관 퇴직 후 부인의 수퍼마켓을 돕는 어느 대법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어느 전직 대법관은 연봉 수억의 변호사 취업까지 포기하고, 오직 신앙을 통한 봉사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법관이 있어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영어 사전에서 `jutice`라는 단어가 판사와 `정의` 라는 말과 같이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판사의 뇌물수뢰와 추행 사건은 사법부에 대한 판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 같아 심히 두렵다. 더구나 공무원 사회의 뇌물 관행을 원천적으로 방지하자는 김영란 법이 국회통과를 눈앞에 둔 시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세상 풍자적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유행어가 범법자들의 자기 합리화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현직 판사의 이러한 추행은 이를 반증하지 않을까 두렵다. 갑의 횡포가 사회 문제화 되고 이에 대한 엄격한 심판이 필요한 시점에서 판사의 이러한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행위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판사가 정의의 사도는 못될지언정 불의와 결탁한다면 `을`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국정의 비전의 80%이상을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었다. 우리사회에서 민생이 중요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정의와 도덕성이 붕괴된 곳에 어찌 경제의 활성화와 분배 정의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때 우리는 합심하여 희망의 나라는 건설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물직에 못지않게 도덕 재무장 운동을 자주 펼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사님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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