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길들여짐이다. 관습화된 암묵적 약속이 모여 문화가 된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사랑한다는 전제하에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낚아채거나, 벽에 밀어붙이는 행위 등은 `남성다운 멋`으로 치켜세워지거나 용인되는 분위기다. 드라마에 몰입하는 그 어떤 시청자도 그 장면에서 폭력이나 성차별을 먼저 읽지는 않는다. 남자는 강하고 멋있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묻혀 그 장면들이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일 수 있다는 데에는 이르지 못한다. 그것들이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반면에 그들이 이런 장면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남성의 소유물로 본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나는 강한 남자이고 내 여자 내 맘대로 보호(?)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라는 시각이 통용되는 사회를 이해 못하는 것이다. 무서운 건 그런 장면을 보면서 공감하고 박수치는 이는 다름 아닌 우리 여성 스스로라는 것. 관습적 수요가 있으니 맹목적 공급이 따르는 셈이랄까. 어떤 환경에서는 물리적 액션이 낭만적 정서로 봐지기도 하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폭력적 의아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게 얼마나 주관적 기만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생각게 되는 대목이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