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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와 감정이입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1-22 02:01 게재일 2015-0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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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용어에 투사((projection)라는 게 있다. 타인에게 무의식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일상용어로 바꾼다면 `남 탓`쯤이 될 것이다. 투사에 대한 개념을 지금보다 덜 이해했을 때는 감정이입이란 말과 헷갈렸다. 타자의 상황을 빌려온다는 점에서는 투사나 감정이입이나 같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감정이입이 타자의 상황에 동조하고 수긍하고 몰입하는 내 감정이라면, 투사는 타자의 상황을 통해 잘못된 나를 빼버리거나 부정한 채 타자를 비난하는 내 심리를 말한다.

남의 슬픔이나 기쁨 앞에서 내 것인양 동화되는 것은 감정이입에 속한다.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가 열악한 보육 여건에 방치되었다거나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도했을 때 보통 사람이라면 그 아이 편에서 분노하고 동조한다. 겪지 않아야 될 상황에 처한 아이가 내 아이 같고 내 이웃 같기 때문에 저 깊은 곳에서 본능적인 흥분이 솟구친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상처 입은 아이나 엄마에게 절로 공감하게 된다. 감정이입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남의 슬픔이나 기쁨 앞에서 내 행위의 저속함을 방어하기 위해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투사에 속한다. 어린이집 아이가 열악한 보육 환경에 방치되고 폭행을 당하는 것은 내 순간의 실수는 있을지 몰라도 내 잘못은 아니다, 라고 책임 전가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근무 여건이 맞지 않는 사회 환경 탓이고, 보살피기엔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아이 탓이다, 라고 나 아닌 다른 것으로 잘못을 돌린다. 인간이기에 이런 무의식적인 자기방어본능이 발동하게 된다. 투사의 전형적인 예이다.

인간은 감성의 동물인 동시에 자존감의 동물이다. 예술이나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타자에게 동화되는 것도 인간이요, 용납할 수 없는 부정적인 행동이나 감정을 남에게 뒤집어씌워 죄의식을 덜고 싶어 하는 것도 인간이다. 심리 기저에 도사리고 있는 두 본능을 적절히 제어하는 인생 과정이 곧 도덕적·보편적 가치 판단 훈련에 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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