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에도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학교에서 배운, 문학적 풍자에 관련된 모든 것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해학, 촌철, 골계, 익살, 조롱, 패러디, 비장, 엄숙 등의 문체적 속살이 잘 드러나는 이 소설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일찌감치 `허삼관`을 보러 갔다. 영화가 원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단순한 관람기가 맞는 이유는 일단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적 주제를 스크린이 다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허삼관`의 경우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배경을 옮기다 보니 원작의 중요한 대목인 문화혁명의 광풍 시절이 빠져 버렸다. 한국전쟁 직후라는 배경이 중국의 지난했던 한 시절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허삼관이 매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이 소설만큼 절절하지도 실감나지도 않았다. 확실한 재미 요소인 시대적·공간적 배경이 바뀜으로서 당위성을 잃고 가족 신파 쪽으로만 강조할 수밖에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허삼관 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알레고리라고 작가는 말한다. 허삼관이 굳게 믿는 평등은 쉽게 말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이다. 못된 짓을 한 하소용이 불치병에 걸리는 건 당연하고, 단 한 번의 아내 과오에 복수하는 길은 자신 역시 바람 한 번 피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방식의 평등이다. 하지만 그 평등에마저 못 가진 자는 온전히 다가갈 수 없다. 작가가 숨겨 놓은 진짜 평등이란 죽음 앞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성애라는 한 내용을 작가와 감독이 어떻게 달리 표현했는지 궁금한 이들은 이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고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