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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밥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1-15 02:01 게재일 2015-0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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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이뤄 산다는 것은 방과 밥을 완성하는 일이다. 편히 쉴 수 있는 우리들만의 공간, 꾸밈없이 마주할 수 있는 가족을 위한 밥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 갖춘 노래이다. 하지만 순간순간 그걸 잊고 살 때가 많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의 심심함이야말로 최상의 버라이어티 쇼였음은 상실의 고통을 맞이한 후에야 알게 된다.

자책과 상실과 극복에 관한 토론 거리를 준비하느라 본 `아들의 방` 영화가 너무 먹먹하다. 이탈리아 항구 도시, 상담의인 지오반니 가족은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의 일상을 엮어간다. 휴일 아침 아들과 조깅을 하기로 했지만 응급 환자의 호출에 응하느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새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갔던 아들은 익사하고 만다. 함께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지오반니는 주저앉는다. 타인의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천직이었던 지오반니도 자신의 상처 앞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내와 딸의 상실감도 만만찮다.

아들의 죽음이 있기 전 그들의 식탁은 평화와 안식의 상징처였다. 무탈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들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했다. 식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무너져 내린 가족의 식사 장면 앞에서 심장이 조여 오는 통증을 참아야 했다.

아들의 여자친구의 등장으로 그들에게도 치유의 기회가 생긴다. 안드레아의 죽음을 모르는 그녀는 안드레아가 찍은 그의 방 사진을 보여주며 그 방을 보고 싶어 한다. 아들의 방을 함께 둘러보면서 새삼 그 아이의 존재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알게 된다. 남은 가족에게도 심경의 변화가 온다. 그녀의 방문을 계기로 지오반니 가족은 진정으로 안드레아를 떠나보낼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동행인과 히치하이킹 중인 그녀를 배웅하다 보니 프랑스 국경까지 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안드레아를 놓아줄 수 있게 된다. 죄책도 비탄도 상실도 애도도 결국 자신이 극복해야 된다는 것 더불어 평범한 날의 한 끼 밥, 무탈한 날의 소박한 공간이 얼마나 최상의 행복 조건인지를 가슴으로 알게 된 하루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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