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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당기는 헤라클레스

등록일 2015-01-13 02:01 게재일 2015-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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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인 서
분명한 건, 신들이 버리고 간 별자리나 돌보려는 자는

이 도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유리벽 안쪽 거인들 어깨에도 먼지와 소음이

주점 불빛이 취기처럼 덧쌓이고

환영의 거리를 빠져나온 나는

표정 없는 동시대의 엘비스와 헤라클레스와 아인슈타인을 지나쳐 걸어간다

헤라클레스는 여전히 엘비스의 기타 선율과 아인슈타인의 미소 가운데 놓여 있다

헤라클레스는 여전히 여름 하늘 거문고좌와 목동좌 사이에, 엉거주춤

거꾸로 매달려 있다

인간의 운명을 넘어 신화가 됐던 헤라클레스, 술집의 장식품이 되어 있을 뿐이다. 숭고하고 존엄한 신화적 가치는 이제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현상을 간파하는 예리한 시선을 지닌 시인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무심하지 않다. 엘비스와 아인슈타인의 시대에 어색하게 끼여있는 헤라클레스, 현실 속에서 신화가 뒤집어쓰고 있는 두터운 먼지와 공허한 몸짓에 시인의 예리한 눈은 슬프게 가 닿아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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