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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리더십은 변하고 있는가

등록일 2015-01-12 02:01 게재일 2015-0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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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폴란드에서 북한을 연구를 한다는 어느 박사과정의 학생이 북한의 3대 세습이 가능한 이유를 물으러 온 적이 있다. 나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 북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와 수령 승계론으로 설명해 주었다. 북한은 정권 수립과정에서 부터 원천적으로 민주적인 정치 변혁의 기회는 봉쇄당한 체 조선 왕조의 봉건적 세습적 정치 전통, 일제의 무단 통치라는 군국주의적 유물을 전수받고 출범한 친소적인 혁명정권(?)이다. 폴란드식 사회주의를 잠시 경험하고 평양까지 연구차 다녀온 그가 나의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박사 논문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북한의 수령 승계론은 우리 입장에서는 그 권력의 정당성을 도저히 인정할 수도 없다. 일부 북한에 관한 내재적 접근론 자 들이 `북한적 현상`에 유의하여 수령 세습을 인정하지만 과학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종의 이데올로기이다. 그로인해 이 땅에서 이 수령 세습에 관한 입장은 종북주의자에 대한 판단근거가 된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의 사망 후 김정은이 수령이 등극한지 벌써 3년이 경과하였다. 젊은 수령 김정은은 이제 선대의 전통적 독단적 리더십을 벗어 던지고, 열린 리더십으로 갈 것인가. 그 동안의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그 하나는 `애민정치`라는 통치 스타일을 통해 민심을 획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이다. 그가 이태 전 능라도의 어린이 놀이 공원이라는 위락 시설을 건설하였고, 평양도심에는 얼마 전 대형 수영장도 개장하였다. 원산 부근의 마식령스키장을 서둘러 개관하여 스키를 즐기는 인민들의 모습도 방영하였다. 며칠 전에는 고아원을 방문하여 눈물 흘리는 수령의 모습을 북한 중앙 텔레비전을 통해 상세히 보여주었다.

둘째, 그는 30대의 역동적인 통치 스타일을 통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령의 현지 방문 시에는 카풀 시계를 찬 이 설주를 대동하였다. 미국의 농구 선수 로드먼을 수시로 초청하고, 영어로 대화하는 장면도 보여주었다. 최근 그는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잠수함에 탑승하여 지시하는 지도자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 시 북한의 권력 실세 3인을 전격 남한에 파견한 것도 그의 역동적인 리더십의 결과이다. 물론 이러한 통치 스타일은 그가 2년간의 스위스 베른의 유학 경험과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출신이라는 경력구조와 무관치 않다.

셋째, 그는 또한 부족한 카리스마를 조부 김일성에 대한 향수적 리더십을 통해 보충하고 있다. 그가 헤어스타일을 완전히 그의 조부 모습으로 바꾸고, 눈썹까지 짧게 깎아 단호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일성처럼 지팡이를 짚고, 박수치는 모습도 그의 조부의 모습과 흡사하다. 대중 연설을 기피하는 김정일과 달리 그는 벌써 여러 차례의 김일성과 같은 어투로 대중 연설을 즐기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아직도 살아 있는 신격화된 김일성의 카리스마를 리더십 구축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최고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의 변화가 리더십의 변화로 연결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에서 수령의 절대화된 리더십은 변하지 않고 단지 스타일만 변모될 뿐이다. 북한 수령의 견제 받지 않은 리더십은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북한 땅 어딜 가나 수령을 높이 떠받들자는 구호는 요란하고 이에 대한 도전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막스 베버 식으로 표현하면 북한 수령의 리더십은 왕조적 전통적 리더십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교묘히 배합한 독특한 리더십니다. 북한에서 수령 론이 존속하는 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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