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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연설이 깨운 새해아침

등록일 2015-01-08 02:01 게재일 2015-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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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이 새해 아침에 첫잠을 깨우는 감동의 연설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22일 유엔 안보리에서 행한 한국의 오준 유엔대사가 행한 즉흥 연설이 세간에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을미년 새해아침에 안보리 대표들을 가슴으로부터 울린 연설은 그 전문이 공개되어 있지만 필자에겐 두개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첫째 그는 “한국인들에게 북한사람들은 그냥 스쳐가는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사실 “아무나가 아니라”는 말처럼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도 많지 않다. 무엇이든 “아무나” 또는 “아무 것이나”가 아니게 여기는 정신이야 말로 정말 소중한 것이다.

둘째, 그는 또한 “우리의 소원은 이것이다. 먼 훗날 우리가 북한을 위해 한 일을 돌아볼 때 우리가 올바른 일을 했다(did the right thing)라고 말할수 있게 되기를 바랄뿐”이라고 외치며 그의 연설을 매듭 지었다. 미국 등 일부 대사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필자는 이 두가지 문구를 가지고 광복 70년 우리가 당면한 국가적인 과제, 또는 지역적인 과제를 생각해 보고 싶다.

70년전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 오늘날 경제적인 번영과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한국은 사실상 필자와 같이 그 역사를 함께 하여온 국민들에게는 절대 그 70년의 시간은 `아무런 시간`은 절대 아니다. 독일 파독 광부, 간호원은 물론이고 봉제공장으로 대변되는 수출초기의 고생과 열사의 중동에 진출했던 건설근로자까지 경제건설을 위한 국민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은 결코 그러한 시간은 `아무런 시간`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날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이다. 필자처럼 거의 대학이 일년내내 문을 닫고 있던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국민들에게는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비록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여도 결코 `아무렇게` 얻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오준 대사가 말했듯이 북한의 우리 동포들이 그저 아무나가 아니듯,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발전과 민주주의는 아무 것이 또한 아닌 것이다. 이제 이러한 아무 것이 아닌 경제적발전과 민주주의를 토대로 아무나가 아닌 북한동포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의 진전과 그리고 궁극적 통일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먼훗날 오준 대사가 외쳤듯이 우리가 올바른 일을 했다고 회고 하기 위해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의 눈을 한번 지역에 돌려보기로 하자. 창업이래 최대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포스코를 바라볼 때 포스코는 결코 아무나 철강회사는 아닌 것이다. 박태준 당시 포항제철 사장이 1969년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 건설에 나서면서 “이 돈은 조상의 피 값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모두 영일만 앞바다에 빠져 죽자”고 말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그러기에 지금의 포스코는 아무나의 철강회사는 아닌 것이다.

오는 3월 개통되는 서울-포항 KTX 시대를 맞이해 도약을 꿈꾸는 포항도 아무나의 포항은 아니다. 조그만 어촌에서 철강도시로 그리고 이제 과학기술도시 그리고 물류중심의 도시로 발전하는 포항은 이제 아무나의 도시는 결코 아닌 것이다.

지난해 교내 문제로 홍역을 치룬 포스텍도 마찬가지이다. 포스텍은 30년 가까운 세월 그 정성과 땀을 바쳐온 교수와 구성원들에게는 그냥 `아무나의 직장`은 아닐 것이다.

30년전 아무것도 없었던 황량한 땅에 포스텍을 세울 때 외국에서 귀국한 교수들과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또한 위험을 안고 포스텍을 선택하였던 졸업생들에게는 포스텍은 `아무나의 대학`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준 대사가 외쳤듯이 먼훗날 우리는 “아무나가 아닌”우리 한국의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 그리고 통일을 위해 또 지역의 여러 문제의 타결을 위해 우리가 정말 옳은일을 하였구나 말할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 새해는 아마도 `아무런 해`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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