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야 바다가 보이는 쪽이 낮은 쪽이니 그곳으로 강물이 흐른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물길은 하루에도 심심찮게 그 방향을 바꾸곤 했다. 아침나절 분명 뭍에서 바다로 흐르던 물줄기가 오후가 되면 바다에서 뭍을 향해 바뀌어져 있곤 했다. 신기하면서도 의문스러웠다. 급기야 `모든 강은 바다로 모인다`는 불변의 진리를 이론으로만 성립하는 헛말이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강 하구에서는 물이 역류해 내륙 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는 제멋대로의 결론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아침에 바다로 흐르던 물이 오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륙 깊숙한 곳으로 밀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물결 때문이었다. 지형 특성상 하구는 강폭이 넓은데다 강심의 높낮이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물 흐름이 완만하니 바람 없는 날에는 호수처럼 강 물결이 잔잔하다. 하지만 강한 서풍이 불어오면 바다로 향하는 물결은 파도가 몰려오는 것처럼 드세게 일렁인다. 도도한 물줄기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동풍이 몰아치면 물결은 방향을 틀어 내륙을 향해 밀려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물결 표면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거꾸로 흐르는 강은 없다. 바람결 따라 표면의 물결이 거꾸로 반사될 뿐, 속 깊은 물은 변함없이 바다로 흐른다. 어떤 사안 앞에서 그것이 잘못되어 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진실하다면 제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겉 물결이 역류한다고 물길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의 물은 위에서 아래로 묵묵히 흐른다. 그 깊은 속은 결코 역류를 허락하지 않는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