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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높은 곳에서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1-07 02:01 게재일 2015-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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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의심해본 일 없는 그 물리적 진실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강어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사한 몇 년 전부터 짬이 나면 강물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남달리 풍부한 서정적 심성 때문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가늠하기 어려운 물결 방향 때문이었다.

상식으로야 바다가 보이는 쪽이 낮은 쪽이니 그곳으로 강물이 흐른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물길은 하루에도 심심찮게 그 방향을 바꾸곤 했다. 아침나절 분명 뭍에서 바다로 흐르던 물줄기가 오후가 되면 바다에서 뭍을 향해 바뀌어져 있곤 했다. 신기하면서도 의문스러웠다. 급기야 `모든 강은 바다로 모인다`는 불변의 진리를 이론으로만 성립하는 헛말이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강 하구에서는 물이 역류해 내륙 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는 제멋대로의 결론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아침에 바다로 흐르던 물이 오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륙 깊숙한 곳으로 밀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물결 때문이었다. 지형 특성상 하구는 강폭이 넓은데다 강심의 높낮이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물 흐름이 완만하니 바람 없는 날에는 호수처럼 강 물결이 잔잔하다. 하지만 강한 서풍이 불어오면 바다로 향하는 물결은 파도가 몰려오는 것처럼 드세게 일렁인다. 도도한 물줄기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동풍이 몰아치면 물결은 방향을 틀어 내륙을 향해 밀려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물결 표면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거꾸로 흐르는 강은 없다. 바람결 따라 표면의 물결이 거꾸로 반사될 뿐, 속 깊은 물은 변함없이 바다로 흐른다. 어떤 사안 앞에서 그것이 잘못되어 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진실하다면 제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겉 물결이 역류한다고 물길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의 물은 위에서 아래로 묵묵히 흐른다. 그 깊은 속은 결코 역류를 허락하지 않는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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