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경력은 오래됐지만 시쳇말로 `김여사 운전법`에서 별 나아질 게 없는 나로서는 그 장면이 충격이었다. 장면 자체보다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주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이 충격이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자동차 구조를 모르는 나로서는 `주행할 때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려야 한다.`는 그 사실만 깊게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해제하지 않으면 애초에 차가 움직이지 않는 줄 알았다. 김여사 운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도 한두 번쯤은 브레이크가 올라간 상태로 주행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뻑뻑하고 무거운 차체의 느낌이 발끝에 감지되는 순간 곧바로 겁을 먹고 주변을 살폈던 기억이 난다.
동영상 속 차는 잘만 달린다.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은데 사이드 브레이크 해제 없이도 정속 주행이 되고 있다. 다만 뒷바퀴가 돌지 않는다. 사이드 브레이크의 주된 기능은 뒷바퀴를 고정하는 것인 모양이다. 계속 달린다면 타이어 마찰열 때문에 불이 날 것만 같다. 그 장면을 찍은 사람이나 옆에서 달리던 다른 운전자들이 그 사실을 운전 당사자에게 알려 줬을까. 남의 일 같지 않아서인지 그 생각이 앞선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무모해진다. 강직하고 자신만만하다고 생각할수록 그런 자가당착에 빠지기 쉽다. 운전대에 앉아 있는 동안은 자신이 무모한지조차 모른다. 뒷바퀴가 구르지 않아도 정주행하는 데 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운전`이라는 세계에 돌입한 운전자는 경고등이 울려도 차체에 무리가 가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떤 징후를 감지할 감각조차 나만의 운전이라는 세계에 할당해버렸기 때문이다. 탄내 나고 출력 저하되고 연비 악화되고 부품 마모되어도 모르고 가는 인생길, 누군가의 진심어린 제동이라면 반기고 반길 일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