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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5-01-05 02:01 게재일 2015-0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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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영 석
사내들이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동안

벽 여기저기에 작은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염소 똥처럼 툭툭 자갈들이 떨어져 내렸다

시궁쥐 떼가 구멍을 헤집고 다녔다

쥐를 쫓아 고양이들이 드나들었다

구멍은 점점 커지며 수많은 선을 치기 시작했다

가랑이의 가랑이를 벌리며 선은 벽 전체로 뻗어나갔다

또다른 구멍들을 쑥쑥 낳았다

얼마 후 사내들이 손을 대자 벽은 폭삭 내려앉았다

벽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집을 든든히 지탱해주는 벽은 웬만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이 시에서처럼 벽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구멍과 틈과 균열이 원인이 되어 와해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을 원시적 야만과 경계 짓는 문명이라는 단단한 벽 또한 예외일수는 없다는 것이다. 끝내는 문명 내부의 여러 요소들 때문에 파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견고하게 문명의 벽을 쌓아올리더라도 결국은 무너지고 만다는 문명비판적인 시인의 눈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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