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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으로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1-02 02:01 게재일 2015-01-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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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붐한 새해가 밝아 온다. 다행히 쾌청한 날씨다. 해마다 그랬듯이 마루로 나가 동녘하늘을 바라본다. 첫 마음이듯 한 해의 첫 해를 그렇게 맞이한다. 아주 옅은 빛의 아침노을이 깔리고도 한참 지나서야 2015년의 새 빛은 그 붉은 머리끝을 드러냈다. 우리집 마루에서의 일출 시각은 일곱 시 사십 분경이었다.

해 뜨기까지의 기다림과 설렘의 시간은 길었다. 하지만 막상 뜨기 시작한 해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하늘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분명 새 빛이건만 변함없는 그 빛 자체의 모습에서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는 그런 감정이었다. 달아나듯 떠오르는 빛을 향해 상투적이긴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망을 빌었다. 새해엔 모두에게 좋은 일이 더 많이 가닿기를.

스마트폰 알림판에도 온통 붉은 해가 솟았다. 저마다의 덕담으로 피워 올린 햇살꽃이 폰 곳곳에 만발했다. 연중 최고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햇살꽃 앞에서 나도 일일이 상대의 안부와 안녕을 기원한다. 첫 마음결 같으면 뭐든 안 될 게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때마침 지인분이 보내온 새해맞이 덕담 시구가 보인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 학교에 입학하여 새책을 앞에 놓고 /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 늘 새마음이기 때문에 /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새로운 마음을 지닌다고 있던 `헌 마음`이 당장 사라지는 것도, 새로운 그 무엇이 곧장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첫 마음의 다짐은 우리에게 힘이 된다. 늘 좋은 일만 이어지는 것이 삶이라면 첫 마음 같은 건 필요치도 않다. 그러니 새해에는 저마다 꿈 꿔도 좋다. 그 꿈이 꼭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건 너무나 인간적인 바람이니 그 또한 당연하다. 다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첫 마음이 지닌 실천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 간절한 첫 마음의 실천력, 그 덕목이 올 한 해 내 가슴에도 그들 가슴에도 올올이 심어지기를 바라고 바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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