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기(史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오는 말로 `사슴(鹿)을 가리켜 말(爲)이라고 부른다`는 뜻이다. 즉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들은 “2014년에는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고, 세월호 참사,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함양미달의 사람들이 정치권은 물론 공직사회, 종교, 교육 등 사회전반에 걸쳐 실권을 장악하다보니 그들에게 굴종하는 `간신모리배`들이 마치 자신들이 나라와 소속집단의 주인인양 권력을 농단하는 그야말로 순리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어두운 질곡에서 벗어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인가? 그 해답은 조선시대 민본(民本)사상을 기본으로 한 가장 이상적인 관료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제시했었다. 다산 선생은 이미 200여 년 전 칠흑같이 어두운 봉건시대에 실낱같은 한줄기의 의지로 75년의 생애를 썩고 병든 조선을 개혁하고, 관리들의 횡포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하려는 애민과 위민정신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통해 구해내고자 치열하게 살다간 최고의 실학자이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역사적 인물이다.
정치 경제 조세 법률 의학 문화 과학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다재 박식했던 다산은 수 천년에 걸쳐 동양의 정신을 지배해왔던 유학을 철저히 고증하며 중앙 관리는 물론 지방 행정의 수장, 암행어사 행각 등 공직현장에서 경험한 생생한 견문과 실학사상을 토대로 병든 조선을 개혁해 부국강병을 꿈꾸다 40세가 되던 해에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포항 장기에 유배를 시작으로 18년 간 유배생활을 했다. 그러나 다산은 좌절 하지 않고 오직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한문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500권이 넘는 주옥같은 저서를 남겼다. 수많은 불후의 명저들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목민심서`는 부패가 극에 달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조선 후기 최악의 사회 상태와 정치현안들을 민생문제와 결부시켜 공직자(목민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격과 공직자의 책무를 총 12부 72조에 거쳐 일일이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공직윤리를 강조했다.
특히 다산은 공직자가 되려면 먼저 인성과 품성과 덕성을 기르고 갖춘 후에 공직에 나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며, 공직자의 윤리는 능력과 분수를 지키는 일이며, 봉급 외에는 먹지 않는 청렴함과 “목민관은 술을 끊고, 여색을 물리쳐야 하며, 거칠고 방탕하게 놀아선 안된다”는 삼금론(三禁論), 그리고 뇌물은 아무리 비밀리에 주고받더라도 하늘이 알고 (天知), 땅이 알고(地知), 상대가 알고(子知), 내가 안다(我知)는 사지론(四知論)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산은 공직 생활을 잘하는 요체로 두려워할 외(畏)자를 꼽았다.
다산의 이 같은 사상과 공직윤리는 시공을 초월해 존경받고 있다. 가깝게는 통일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치민도 부패한 공직자들을 척결하기 위해 다산의 `목민심서`를 항상 머리맡에 두고 애독하고 공무원들에게 지침서로 애독케 했다고 한다.
이 땅의 공직자들에게 당부드린다. “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공직자들이여, 목민심서를 읽고 다산을 만나라. 거기에 길이 있고,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