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주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실제의 영역이면서도 그 인식의 범주를 넘어선 어떤 세계 혹은 영역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이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벽에 박힌 못 하나도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방식이 달라지고 다양한 모양과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이 짧은 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우주의 모든 것이 그렇다면 하물며 우리 인간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나름대로 다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