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기숙사에 있던 아들이 귀가했다. 학기 중에 짬을 내 집에 들른 적은 있었지만 완전히 짐을 싸들고 온 것은 이 년만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 때부터 외지 생활을 한 터라 기숙사 생활이라면 넌더리가 난다고 했다.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간 듯하다고 했다. 이번 겨울만은 집밥을 먹으며 원기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귀가한 아들의 묵은 한뎃잠 보따리를 풀었다. 새 옷이든 빨랫감이든 가리지 않고 지독한 홀아비냄새 난다. 다른 친구들에게 냄새 풍기는 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물었다.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다. 기숙사 생활 특성 한 공간에서 지내며 공동 세탁기를 쓰다 보니 다른 친구들 사정도 다르지 않단다. 즉 저들끼리는 홀아비 냄새가 나는지조차도 모른단다. 좁은 공간에서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북적대다 보니 궁상 섞인 냄새가 밸 수밖에 없나보다.
한 울타리 안에서는 잘 모른다. 그 냄새가 향취인지 악취인지. 울타리 밖에 나와야 비로소 그 냄새의 존재를 알 수 있다. 그것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제 삼자가 말해줘야 알게 된다. 중요한 건 그 삼자의 말조차 실로 진실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제 삼자 또한 자신의 울타리 안에 머물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이 고통인지 환희인지 울타리 안에서는 잘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울타리 안에서는 누구나 같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향취와 악취를 다 지녔지만 향취를 풍기는지 악취를 풍기는지 정녕 스스로는 모르기도 하는 게 우리 삶이다. 제 일자 눈썹은 보지 못한 채 남의 팔자 눈썹 보고 웃고, 제 낯 예쁜 것 맞는데 거울을 의심하기도 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