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칠 때였다. 여느 때처럼 점심은 어디서 먹지, 하고 고민하는데 반장님 왈 오늘은 `자기 동네 후미진 곳에 자신만 아는 맛집`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잔다. 모두 환호했다. 차림은 소박하고 맛은 담백하며 값까지 착할 것, 내가 생각하는 대중적이면서도 진정성 깃든 맛집의 조건은 그러했다. 동네 후미진 곳에 자신만 아는 맛집이라면 그 조건에 딱 맞을 것이었다.
맛집에 대한 기대감의 수다꽃을 피우며 우리는 꼭꼭 숨어 있는 그곳을 향했다. 그런데 앞서 운전하던 반장님이 멈춘 곳은 어떤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맛집에 가려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만 아는 후미진 맛집`은 다름 아닌 자신의 집이었다. 초대한다고 귀띔을 하면 회원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깜짝 이벤트를 한 것이다. 말 할까 말까 밤새 고민하며 준비하느라 수업에도 살짝 늦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 급히 마트에 들러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그조차 서로 준비하겠노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겨울바람이 몹시 찼다. 그럼에도 뭔지 모를 따뜻한 기운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그미가 차려낸 것은 소박하고 깔끔한 김밥 밥상이었다. 신선한 야채와 고기 등속으로 김밥 속을 꾸려놓았다. 주인장의 야문 손길이 빛나는 도자기 그릇 앞에서 각자 미니 김밥을 제조하기(?) 바빴다. 김밥을 마는 빠른 횟수만큼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준비한 재료와 밥을 싹쓸이하고도 아쉬워할 정도로 맛난 점심이었다.
어떤 사람, 어떤 그룹마다 풍기는 특유의 기운이 있다. 그 분위기는 자체로 고유한 성질을 지니는 건 아니다. 사람이 분위기를 만든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게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