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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를 둘러싼 신 냉전시대

등록일 2014-12-23 02:01 게재일 2014-1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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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할리우드 영화사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의 전 세계적인 상영이 긴급 취소되었다고 한다.

수백억 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이고 정치적인 강한 해학을 담고 있기에 큰 관심을 끌었으나 영화사에 대한 해킹과 북한의 영화관과 관객에 대한 위협으로 영화상영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소니 영화사는 성탄절인 오는 25일에 맞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음모를 다룬 코미디영화 `인터뷰`를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나 관객에 대해서도 테러 위협이 제기되자 개봉을 긴급 취소하였다.

이런 가운데 소니사의 웹페이지가 해킹되고 해킹이 북한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화상영을 취소했던 소니사가 해커의 협박으로 개봉 취소됐던 이 영화를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개봉하겠다고 밝혀 분쟁은 이제 2라운드로 들어선 느낌이다.

배급 방법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소니가 영화 `인터뷰`를 배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니측은 “영화는 배급 공개될 것이다. 그 방법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반드시 개봉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계와 미국 정계 등 각계에서 소니사에 대하여 `겁쟁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소니의 고심이 엿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송년 기자회견에서 소니 영화사의 개봉 취소 결정에 대해 “실수했다”고 비판하고 테러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관측으로는 소니는 영화 `인터뷰`를 자사 온라인 배급망을 통해 무료로 배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컴퓨터 해킹에 대하여 FBI는 “소니사 해킹의 배후는 북한이다”고 조사결과를 밝혔고, 미국은 북한에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여 북한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비례적인 대응이 어떤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응하는 해킹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러한 강한 미국의 반발을 의식한 북한은 해킹에 대하여 강력히 부인하면서 지난 천안함사건처럼 미국과의 해킹관련 공동조사를 제의하였다고 한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컴퓨터 해킹을 저질렀다고 추측되는 북한을 6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8년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도 “미 행정부가 검토 중인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 조치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발맞추어 오바마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이버 공격자들로부터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보복과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은 소니 해킹사건에 따른 대북 보복조치로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외에 사이버 보복공격과 고강도 금융제재, 한·미 군사력 증강 등을 검토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사가 영화의 배포를 강행하고 북한의 해킹이나 보복이 계속되고, 그리고 미국이 북한을 보복하고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북·미 간 관계 악화는 물론, 남북 간 관계개선 움직임에도 크게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6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오를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강해지면서 고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북한-러시아의 밀착과 중국-북한의 갈등, 그리고 소니사 사건으로 인한 미국-북한의 정세는 이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다시 신 냉전 시대로 접어들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신 냉전시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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