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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감을 부른 `미생(未生)`의 시청률

등록일 2014-12-19 02:01 게재일 2014-12-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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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상임고문

지상파 3사가 시청률 사투를 벌이는 곳이 드라마다. 그런 지상파를 누르고 케이블 tvN의 드라마 `미생(未生)`이 시청률 상위권에 올라 화제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미생`의 대사가 팍팍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30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등 연말을 맞아 속이 허전한 시청자들을 TV앞에 묶어둠으로써 매주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아침저녁 황금 시간대를 시청자들이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눈물겹도록 고마운 편성을 했는데도 `미생`에 밀려버린 셈이다. 지상파의 주중 드라마가 올해는 거의 10%대 시청률에 머물렀던 반면 시청률로 고전했던 케이블 텔레비전 드라마를 뜨게 했다.

지금 지상파의 드라마는 갈등을 부추기는 소재가 흔하다.

출생의 비밀, 뒤틀린 인연, 숨겨진 과거 얘기 등 소재가 진부하고 비슷비슷하다. 사극도 퓨전이어서 시청자들이 금방 싫증을 내고 채널을 돌려버린다. 실제로 어느 지상파의 겨울 개편 설명회에서 예전처럼 이지 고잉(easy going·적당히 하는 것)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지상파 3사가 드라마를 뺀 금요일 황금시간대를 이용한 편성도 돋보인다.

금요일 시청자를 토요일까지 붙들어두는 편성 전략도 돋보이지만 그 흔한 출생의 비밀이나 멜로를 집어넣지도 않고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기존의 드라마 형식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 성공한 사례를 만들은 셈이다.

드라마는 `땅콩 회항사건` 등 우리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갑을 관계를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펼쳤다. 직장에선 항상 마이너라고 할 여성과 직장맘의 위상이 그렇고 스펙을 쌓지 못한 비정규 사원의 신세가 리얼하게 그려졌다.

장그래(임시완 분)가 사업아이디어를 냈지만 돌아온 결과는 정규직 사원의 공로가 된 반면 자신에게 돌아온 엄청난 심리적 고통으로 인생의 무게가 실려지는 과정을 그렸다.

바둑 입단(12월5일 방송)에 실패한 장그래는 말 그대로 문제의 청춘이었다.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장그래는 팀장이 준 10만원으로 양말과 속옷을 사서 팔러 나가지만 바둑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그는 기원을 찾아가지만 금방 분위기가 싸늘해 진 것을 눈치 챈다.

양말과 팬티는 사우나 앞에 가서 팔아야 성공한다는 영업사원의 비밀을 풀기까지의 과정이 현장감 있게 풀어내는 등 구성자체가 탄탄하다. 드라마는 사회적 약자의 심적 아픔을 풀어보려는 친구들의 배려, 어느 곳에서든 살아있는 정의의 움직이는 존재감에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는 대사역시 혼돈으로 치닫는 우리사회를 건지는 평범한 진리일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소비수준으로 보면 4만달러 시대에 사는데 국민의 행복감은 소득 5천 달러 국가와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쟀더니 27위, 사회적 갈등부분은 끝에서 2위이니까 바닥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의 공정성은 끝에서 1위였다.

얼마 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직지수조사(흥사단 윤리연구센타)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정직 윤리의식은 58.3점으로 지난해 이맘 때 조사한 청소년 정직 지수에 비해서 무려 15.7점이 낮았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드라마 `미생`의 작가는 놓치지 않았고 또한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치유해 주기 위해서 용기를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이 늘 뒷받침하는 심리적 공감대야 말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30대에서 `미생`이 요동치는 현장은 정직과 현실이 갖는 의미의 차이에서 나온 것일까.

물론 퓨전 사극의 틈에서 정통사극을 성공시킨 `정도전`의 시청률(종영 무렵 19%, 닐슨코리아)이나 중국 한류를 다시 끌어낸 `별에서 온 그대(최고 시청률 28.1%)`, `밀회`, `장보리` 등 지상파의 몇 몇 드라마 시청률은 알아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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