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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죽음

등록일 2014-12-18 02:01 게재일 2014-1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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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 흠
술안주로 먹으려고 사온 조개를

수돗물에 담그자

그것들 일제히 입을 다문다

몸 밖은 죽음

제 안의 어둠을 파먹으며

이승의 삶을 잠시 버티는 그

불에 닿자 퍽 소리를 내며

다 놓아 버리는

온몸을 환히 열어 보이는

악착같이 잡고 있던 것이

生이라는 암흑이었구나

조개는 다가오는 죽음을 예견하고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입을 다무는지 모른다. 그 죽음의 암흑에 저항하기 위해서 취는 것이 빛이 아니라 도리어 암흑이라는 것이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불에 온몸이 닿으면 조개는 자기를 열고 자기를 놓아버리는데 그것은 삶의 순간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이다. 이런 상황을 예리하게 발견하고 표현하는 시인은 우리들 삶과 죽음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깊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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