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 흠
수돗물에 담그자
그것들 일제히 입을 다문다
몸 밖은 죽음
제 안의 어둠을 파먹으며
이승의 삶을 잠시 버티는 그
불에 닿자 퍽 소리를 내며
다 놓아 버리는
온몸을 환히 열어 보이는
악착같이 잡고 있던 것이
生이라는 암흑이었구나
조개는 다가오는 죽음을 예견하고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입을 다무는지 모른다. 그 죽음의 암흑에 저항하기 위해서 취는 것이 빛이 아니라 도리어 암흑이라는 것이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불에 온몸이 닿으면 조개는 자기를 열고 자기를 놓아버리는데 그것은 삶의 순간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이다. 이런 상황을 예리하게 발견하고 표현하는 시인은 우리들 삶과 죽음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깊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