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경제성 측면 모두 고려, 지역에 득실 여부 따져야
원자력발전소는 건설 계획시 설비 상태에 따라 몇 년 간 운영할 지에 대해 사전 허가를 받는다. 이를 원전 설계시 설정되는 기간이라 해서 `설계수명`이라고 한다. 이 같은 운영 허가기간(설계수명)은 안전성과 성능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특성상 설계수명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아주 보수적으로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미국 등 원전 선진국에서는 운영 허가기간이 경제적 독점 금지를 고려한 기간이지, 기술적 제한 기간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선진국의 예와 성능의 안전성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운영 허가기간이 끝나면 설비가 얼마나 건전한지 등 안전성을 평가해 10년 간 추가로 운영 허가를 내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게 바로 최근 사회적으로나 이해당사자 간에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 문제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12월 30일 월성1호기에 대해 계속운전 인·허가 신청을 했다. 계속운전 신청을 위해 주기적 안전성 평가서, 주요기기 수명 평가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등으로 구성된 `안전성평가서`를 제출한데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9월 12일 `계속운전 관련기술적 안전성에 문제 없다`는 평가 결과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계속운전 신청에서부터 KINS의 평가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4년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발생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데다 2012년 말 대통령선거에서 원전 계속운전이 이슈가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계속운전 인허가 심사를 위한 요건은 아니지만 사실상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설계수명 종료(2012년 11월 20일) 후 2년가량 발전소를 세워놓고 있는 형편이지만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월성1호기는 안전성 측면에서는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는 안전성을 둘러싼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경주지역의 의견을 반영한 경제성을 바탕으로 게속운전 여부 결정을 서둘러 소모적인 논쟁의 끈을 끊어야 한다는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월성1호기, 日 후쿠시마 원전보다 매우 안전한 가압형에 핵심설비 교체세계 5대 원전강국 평균 가동연수 대부분 30년 웃도는데도 한국은 18년
경주시 경제·복지에 큰몫… 8년 계속운전 여부 이해당사자 머리 맞대야
◇압력관·제어용전산기 핵심설비 교체 끝내월성1호기는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대규모 설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중수로 원전의 최고 핵심설비인 압력관을 교체했고, 제어용 전산기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또 설비 개선 작업 중에 후쿠시마 사고가 터져 후속 안전조치 41건을 완료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추가 안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월성원전 측은 밝혔다.
그런데 월성1호기는 후쿠시마원전보다 매우 안전한 가압형 원전이라는 점에서 근심을 덜어도 될 듯하다. 가압형 원전은 1미터가 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인 대형 돔 안에 증기발생기가 있어 방사능 물질과 외부가 완전히 분리, 폐쇄돼 있는데다 증기발생기 내의 물로 연료를 식힐 수 있다는 장점도 지녔다.
여기에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진행했다는 게 원전 측 설명이다. 우선 지진과 쓰나미 상황 등에 대비, 지진자동정지 설비를 구축하고 주요설비나 펌프실의 출입문을 방수문으로 교체하고 있다. 또 연료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냉각 유지 전원을 다중으로 확보하기 위해 비상 발전기 다중화 작업을 하는 한편으로 모든 전원이 차단됐을 경우 이동형발전차량이 움직이도록 했다.
아울러 연료 손상이란 비상 상황에서 대비, 전기 없이 수소를 제거하는 피동형수소제어설비(PAR), 격납 건물의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공기를 뺄 수 있는 격납 건물 여과·배기설비 등을 완비했으며 원자로 비상 냉각수를 외부에서 바로 넣을 수 있는 비상 냉각수 외부주입로도 새로 만들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신 기술 기준에 따라 설비 개선을 끝냈고 핵심설비를 교체했기 때문에 월성1호기가 월성2~4호기에 비해 운영 능력이 더 뛰어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안전성 평가월성1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인·허가 심사가 진행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점검도 함께 받았다. 2012년 6월 IAEA 점검단은 “발전소는 매우 좋은 상태”라고 평가하면서 권고 사항 13건의 개선을 제안한 가운데 한수원은 12건에 대해서는 조치를 끝냈고 1건은 중·장기 연구과제로 진행 중이다.
또 이와 관련, IAEA는 올해 4월 추가 점검을 통해 조치 이행 사항을 점검하기도 했다.
◇계속운전 당위성그렇다면 원전 선진국의 계속운전 추세는 어떨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건설된 원전은 총 586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운전 중인 원전은 30개국 435기이다. 미국이 100기로 가장 많고 프랑스 58기, 러시아 33기, 인도 21기, 중국 21기, 캐나다 19기를 두고 있다.
한국은 23기의 원전을 보유해 미국, 프랑스, 일본(현재 정지 상태), 러시아에 이어 세계 5대 원전 강국으로 성장한 상태.
세계적으로 운전 중인 원전 435기의 평균 가동 연수는 28년이며 국가별로는 미국 34년, 캐나다 30년, 프랑스 29년, 러시아 30년, 한국 18년이다. 원전 5대강국 중 후발 주자인 한국의 평균 가동 연수가 가장 짧다는 결론이다.
원전 가동 연수를 기준으로 할 때 30년 미만이 49.2%인 214기, 31~40년이 37%(161기), 41~50년이 13.8%(60기)이다.
그런데 계속운전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월성1호기와 같은 30년 이상된 원전이 435기 중 절반이 넘는 221기(50.8%)에 달한다.
◇설계수명 도달 원전, 대부분 계속운전 추세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5기 중 150기가 계속운전 중(86기)이거나 계속운전 승인(64기)을 받았으며,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121기 중 91%인 111기가 계속운전 중이거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한수원은 확인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기 생산과 판매를 위해 건설된 상업용 원전은 설계수명 이상 가동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며 “반대로 폐로를 결정한 원전은 대부분 경제성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초창기 구형 원전이거나 소형 연구용 원자로”라고 말했다.
월성1호기와 같은 캔두형 원전 종주국인 캐나다(19기 운영)의 경우 설계수명이 끝나 폐로한 원전은 젠틀리2와 피커링2, 3 원전 뿐이며, 젠틀리2는 수력이 97%를 차지하는 퀘벡주 정부의 경제적·정치적 판단에 따라, 피커링2, 3 원전은 계속운전을 포함해 36년 간 가동한 후 경제적 이유로 폐로했다는 것.
◇1호기 발전량, 대구경북 가정 전기의 80%
월성1호기는 678MW급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연간 51억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대구경북지역 가정용 전기 소비량의 80%이며 대구시 가정용과 산업용 등 연간 전기소비량의 35%, 경주시 전체 전기소비량의 1.5배에 이르는 것이다.
월성1호기가 최신형 원전에 비해 규모가 작아 계속운전을 하지 않아도 국가 전력 수급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월성원자력본부는 “월성1호기만으로 지역 전력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량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가 원전 대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효율성 부족으로 국가 전력 수급 측면에서 원전을 대신할 수 없으며, 오로지 석탄·LNG 등 화석에너지가 대체할 수 있지만 석탄의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원전의 100배에 이른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라고 원전기관 측은 주장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에너지를 줄여나가야 하는 게 현실로 신재생에너지가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전까지 월성1호기 같은 원전이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운전은 경주지역에 긍정적 요소월성1호기 등 5개 원전을 운영 중인 월성원전의 발전소 운영은 경주시 재정이나 지역의 각종 지원 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월성원전이 경주시 재정 수입원인 지방세를 납부하는 주요 사업장인데다 경주시와 월성원전 주변지역 지원사업비와 사업자 지원사업비가 월성원전의 전기 생산량에 따라 책정되고 있기 때문.
만약 계속운전이 안 된다며 지역 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각종 지원금이 줄어들고 원전본부의 지방세 납부액도 함께 감소, 경주시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방세수 감소 가시화계속운전 결정이 늦어지면서 월성1호기가 가동이 안 됨에 따라 현재까지 지방세 36억원, 지원금 53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월성원자력본부가 납부한 지방세는 2010년 119억, 2011년 145억, 2012년 427억, 2013년 182억원이다. 2012년 지방세 납부액이 크게 상승한 것은 신월성1호기 준공으로 인한 취득세 255억원이 추가된 때문. 올해도 180억원의 지방세 납부가 예상된다.
월성본부 납부 지방세에서 가장 큰 비중의 항목은 지역자원시설세로 당해 연도 발전량 기준 kWh당 0.5원으로 책정되며 연간 100억원 내외이다. 경주시에 낸 지역자원시설세는 2010년 94억, 2011년 111억, 2012년 140억, 2013년 104억원이다.
이처럼 매년 상승세이던 지역자원시설세가 2012년 신월성1호기 상업운전 이후 14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3년 다시 104억원으로 2011년보다 줄었다. 이는 월성1호기 운영 허가가 만료된 이후 정지 상태에서 발전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금과 지역사업비도 축소일로월성본부가 생산하는 전기량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부분은 지역에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각종 지원사업비이다.
지원사업비는 전전년도 발전량(2014년은 2012년 발전량) 기준으로 kWh당 0.25원씩 적립되는 기본지원사업비와 사업자지원사업비가 있다. 기본지원사업비는 지자체가 집행하고 사업자지원사업비는 한수원이 집행하는데 올해 지원 규모는 각각 90억씩, 총 180억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내년도 월성본부 기본지원사업비와 사업자지원사업비가 각각 63억8천만원씩, 총 127억6천만원으로 종전에 비해 53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신월성1호기 케이블 교체에 따른 발전 정지와 월성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 심사 지연에 따른 발전 중지 때문이다. 올초부터 신월성1호기는 가동돼 2016년 사업비는 2015년에 비해 24억원 늘어나지만 월성1호기는 계속 정지 상태에 머물면서 28억원은 보전되지 않아 151억원이 될 예정이다.
이같이 월성1호기 정지 기간에 따라 각종 지원비 규모가 줄어 월성본부 주변지역 및 경주시 전체에 지원되는 각종 복지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수원 측은 “지역지원사업비와 사업자지원사업비는 발전량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산 규모가 덩달아 줄어든다.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사업비는 되레 줄어 공모 사업이 채택될 가능성이 낮고 각 사업의 지원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업자지원사업과 지역지원사업은 `발전소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데 원전 반경 5㎞ 이내 인 양남면·양북면·감포읍과 해당 기초단체인 경주시가 수혜 대상이다.
사업자지원사업은 2006년부터 시행돼 경주에서는 주변지역에 대해 벼건조장·특산물판매장 건립이나 농기계 지원, 파프리카단지 육성 사업 등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주변지역 환경 개선 사업으로 노인복지센터·주민복지센터·아동센터·다문화가정센터·학교 실내체육관 건립과 소외계층 집수리 및 영어연수, 읍천항 벽화마을 조성, 주상절리 흔들다리 설치 등을 추진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계속운전은 지역 발전 기틀 마련환경단체와 야당 발 논란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무튼 경주지역으로 봐서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가 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오랜 기간 발전이 정지되었다가 재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달여 간 계획예방정비 등의 절차를 거치겠지만 남은 기간이 8년으로 계속운전으로 창출되는 법적 특별지원금은 계속운전 10년 기준(63억원)에 못 미치는 50억원 정도로 축소되겠지만 고리1호기 계속운전 사례로 볼 때 지역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있을 전망이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은 높다.
◇빠른 계속운전 결정이 경제성 높여월성1호기 계속운전 여부는 지방세나 지원사업비 등 가시적인 수치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주지역 경제에 끼칠 영향도 함께 고려,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성1호기가 계속운전이 안 되면 운영인력 100여 명을 줄여야 해 고용 축소와 함께 주변지역 경제 위축이란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은 동일한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2, 3, 4호기 계속운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경제적인 관점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후속으로 계속운전 여부 결정과 관련, 1호기와 같이 장기간 진통을 겪을 경우 지방세와 지원금 축소를 매번 겪어야 하고, 계속운전이 불발되면 15~20년 후 월성본부 주변지역은 직원 감소로 인해 황폐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계속운전은 안전성과 경제성 등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중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으면 주변지역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계속운전은 지역민의 생존권과도 직결된다. 안전성이 전제된다면 계속운전은 지역 경제를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한다는 논리이다.
월성본부 주변지역 한 주민은 “월성1호기 안전성에 관해서는 전문기관인 KINS의 판단을 믿고 이제 지역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게 맞다. 계속운전으로 인한 지역지원 협상에서 주변지역의 진정한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는 방안이 현실화 하도록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자”고 주장했다.
경주/황재성기자 jsgol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