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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이냐 불장난이냐

등록일 2014-12-15 02:01 게재일 2014-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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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세월호 사건으로 온통 시끄럽던 정국이 청와대 문건노출을 계기로 또 다시 불안한 정국으로 돌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 `찌라시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에는 실세가 없고, 진돗개가 실세`라고 희화화한 발언까지 하였다. 이번 사건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비선조직의 `국정 농단행위`이냐, 아니면 검찰에 소환된 정윤회씨의 표현대로 `불장난행위`이냐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당사자를 차례로 불러 연일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폭로된 문건에는 듣기도 민망한 십상시(十常侍)의 비밀회의가 등장하고, 문고리 권력의 실상이 노출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 실무진 7인회까지 등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대 세력의 배후에는 과거 대통령의 비서실장 이였던 정윤회씨와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회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초기의 인식처럼 청와대 문건의 단순유출 사건으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언론에서 벌써 대통령 측근들 간의 잠재화된 권력 암투 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초기부터 청와대의 언론사 고소와 이해 당사자 간 고소로 출발하였다. 여기에 권좌에서 내려온 고위 공직자의 폭로와 상호 비방으로 이어져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사이 사건에 연루된 최모 경위의 자살 소식까지 들리고 있어 어떤 돌발변수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사건이 만일 청와대 문건의 단순 유출이 아닌 권력 내부의 암투로 결판 날 경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다.

사실 이 파동의 배경에는 그 동안 누적되어온 권력내부의 잠재화된 불만이 현재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만만회`가 인사를 포함한 국가 권력을 주무른다는 루머까지 제기 되었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의 배후가 정윤회라는 확인되지 않는 루머는 일찍부터 시중에서 회자되지 않았던가. 여기에 정부 출범이후 여러 차례의 총리 인선의 실패, 장관후보의 공청회 낙마,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문, 청와대 비서관의 잦은 교체 등 인사 실패는 그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대통령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나홀로 인사는 인사 불신을 자초하고, 시중 여론은 그 진원지를 측근 실세로 의심하였던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제왕적 대통령제의 박 대통령의 소통부재의 리더십은 의혹을 더욱 가중 시켰다는 것이다.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이 사태의 올바른 해법을 빠르게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 스스로 이 문제의 본질을 심각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청와대 위 까지 짙은 먹구름이 밀려오는데 그 대응 방식을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연쇄적인 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폭로 언론사와 기자를 고발하는 것이 적절한 해법인지 부터 재고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주장처럼 문건 노출의 책임자를 찾아 일벌백계하는 것만으로 이 사건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검찰이 단순 문서 유출사건으로 결론을 내고 관련자만 엄벌한다하더라도 국민적인 의혹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우선 청와대 비서실의 내분과 문서 유출을 관리하지 못한 비서실장부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물론 권력 암투의 배후라고 의혹을 받는 3인방을 포함한 현 비서진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 쇄신조치를 단행할 필요도 있다. 대통령이 어느 측근이나 특정인을 두둔한다는 인상을 남길 경우 이 파동은 오히려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은 새로 마련된 공적인 인사 시스템을 적극 가동하여 신망있고 참신한 인사를 등용하여 국정 쇄신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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