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나무 심는 날 아침, 전봇대 맨 위 전깃줄에서 목청 좋게 노래하던 새, 내 발자국 낌새 알고 옆집 전봇대로 휘익 날아간다. 아침마다 찾아와 노래를 불러대는 저 손님은 누굴까? 이튿날 아침에도 살포시 문 열고 노래를 엿듣는데 어찌 알고는 도망간다. 대체 누굴까? 며칠 인터넷을 뒤진다. 한국의 새, 멀리서 봐 놓으니 생긴 건 분명치 않아, 새소리 텃새 소리 듣다듣다 비슷한 걸 찾아내었다. 휘-익, 휘파람새. 아내한테 자랑을 했더니, 미숙이가 휘파람새라 그러대요, 나무 심는 날 다녀간 후배가. 어떻게 알았대? 그냥 들어보니 휘파람을 불더래요.
휘파람 소리를 내며 생의 사소한 현장 혹은 풍경 속에 날아오고 울고 날아가버리는 새의 이름을 궁금해 했다. 그러나 그 새가 한국의 새인지, 멀리서 봐 놓으니 생김새도 분명치 않아서 어찌 생긴 새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그냥 목청 좋게 노래해주고, 아침마다 찾아와 울어주는 새면 족하다. 이름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냥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우니까 휘파람새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하는 시인의 말 속에는 휘파람 소리가 묻어난다.
<시인>